노동 중의 노동, 중노동이 전업 작가라는데
전업 작가를 부러워 한 적은 없고 잘 되고 유명해지고 회자되는 결과만 흠모했던 나 자신을 솔직히 부끄러워해야겠다 느낀 딱 그런 하루가 바로 오늘이었어요.
멋진 에세이를 우연히 손에 넣고는, 며칠 간 틈틈이 나눠보며 천재성, 관찰력과 세밀한 묘사를 바카라으로 제 앞에 던져주고 제가 세상에 태어난 해 기관지 암으로 돌아가신 프랑스 작가가 살던 상황을 내내 떠올렸어요.
이 작가님의 어린 시절, 작고 힘 없는 그를 세상에 남겨 두고는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엄마 일화 대목을 보고는 그저 먹먹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태어난 시대가 어쩌다 하필 비운의 역사 속이어서 작가님 네 살 때 아빠가 전장에서 먼저 떠나고 난 뒤의 상황이었는데, 여섯 살 때 엄마마저 그렇게 떠나고 간 빈 자리는 아무리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라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남기기에는 기억할 것들을 만들 기간이 너무 짧았던 거죠. 시간이 갈수록 흐려질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 기억은 연속성 없는 단절 속에 흐릿하게 드문 드문 짧은 장면으로 남아있는 건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어린 시절 엄마 미용실이 있던 빌랭 거리 24번지는 연결의 의미가 담겨있기에, 그 장소를 반복해서 가보고 눈에 닿는 모든 것들과 풍경을 낱낱히 6년 간이나 기록했다고 해요.
세세하고도 범상치 않은 역사서와 같은 바카라을 두 손에 쥐고는 여느 바카라처럼 쉬이 페이지를 넘겨가며 끝장까지 전속력으로 달리듯 읽고 과감히 덮을 수 없는 이 메시지가 안고 있는 무거움들이 느껴졌어요.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제게도 이렇게 단순한 바카라의 모습을 하고는 복잡다단한 상황 속 관계들을 전달해 주었죠.
1981년 12월 작가님은 기관지암 판정 받은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은 1982년 3월 3일, 본인의 생일을 앞 두고 사망했어요. 그가 어떻게든 기억해 내려고 한 잡히지 않는 기억 속 엄마의 미용실 그를 이은 추억의 거리 속 마지막 건물은 작가님 사후 하루 뒤에 굴착기 동원 파리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고 해요.
글을 재미있게 쉽게 휘리릭 쓰려는 마음이 내내 참 많았었는데, 이런 글을 보면 내가 또 너무 가벼운 안일한 접근인건가 생각이 복잡해지죠.
한 마디로 아주 쉽게 글을 써내고 되게 잘 되고 싶은데, 누워서 떡 먹다가 목이 멜 치명적인 욕심 맞죠? 멈추어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아주 적절한 바카라이 제게 저절로 다가와 준 것이라 생각해요. 그냥 큰 고민없이 무인 운영되는 스마트도서관에서 에세이 목록 맨 위에 올라와 있길래 다른 바카라들과 한꺼번에 눌러서 대출해 왔던 거라 무슨 내용일지 단 1초도 생각하지 않고 꺼내왔거든요.
유난히 하늘이 맑고 푸르게 보여서인지, 왠지 가을 가을한 기분입니다. 일이 있어 낯선 동네를 찾아 와서 분주한 일 없는 사람처럼 시간을 허송세월하듯 보내고 있어요.
한 시도 편히 쉬는 꼴을 못 보는 효율을 추구하는 공장관리자처럼 나 자신을 멈춰서는 안 되는 기계로 부리는 악덕 업주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저'입니다. 급하게 각종 일정에 쫒기는 속내를 저 한 쪽 구석에 구깃구깃 구겨 던져 놓고 안 보이는 셈치고 전혀 급할 일 없는 여행자인듯 여유롭게 발걸음을 떼며 내가 또 언제 여길 와보겠냐며 모처럼 오래 참고 참은 빵 쇼핑도 잔뜩했어요.
아주 오래 고심해서 몇 개를 골랐어요. 아무리 좋아해도 몇 만원어치나 혼자 다 먹을 수는 없지만 괜히 먹겠다고 한 적 없는 이 가족 저 가족 얼굴 떠올리면서 담고 또 담았죠.
아, 며칠간 힘들게 여기 저기 쑤셔가며 러닝머신 뛰면 뭐해요, 저는 빵이 계속 맛있어서 큰일이에요! (뭐, 그래도 먹고 또 뛰겠다. 내 입에 맛있을 때 땡길 때 사먹겠다는 다짐은 내심 품고 살어요. 힘들게 사는데 이런 낙이라도 하나쯤은 있어야죠.빵! 한 글자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내가 다시는 이 구역 올 일 없으니, 이 풍경 다시는 못 볼 테니 하나라도 더 눈에 담아두려고 두리번 거리고, 또 계속 사진도 찍고 걸으며 하늘도 올려다 봤어요.
짧게 단 세 시간 남짓 그렇게 보냈다고 마음이 조금은 커진 것 같은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늘 보내던 익숙한 내 구역을 벗어나 할 일이 비교적 심플한 장소로 먼 길 떠나와서 그런 것이 확실해요. 이 달에 제가 스스로 하기로 마음 먹고, 당장 착수 해야할 일이 솔직히 굉장히 많은데 일부러 잊은 척 하고 외국인 모드로 앉아서 이렇게 글도 쓰고 있어요.
이처럼 낯선 타지인으로 다른 동네 사람들 틈에 멀뚱하게 보내는 망중한은 사실 자주 있는 일은 아닌데, 오늘 하늘이 유난히 푸르러서 그런지 이렇게 있어도 꽤 마음이 편해요. 아마도 좋은 사람들 사이에 머물고 있어서 그런 것 같네요. 이 동네 사람들 부디 다들 잘 되셨으면!
9월의 유일한 일탈같은 하루가 바로 오늘이고, 내일은 또 거대한 일정을 앞두고 있어서 실제로는 폭풍전야인데 저만 아는 마지막 평화모드를 만끽하겠어요. 매일 전투적으로 살려면 심장이 너무 쫄려요. 긴장 풀어! 라고 해도 잘 안 풀리지만 잠깐만 억지로 지금의 저를 느슨하게 축 늘어뜨려봅니다. 그리고 아무 때나 이렇게 하늘이 예쁘지 않아요. 시원한 바람 불어 더 근사한 가을 하늘 만끽타임, 바빠도 그 시간만큼은 놓치지 마세요.저도 마저 더 누려보려구요.
이 글 마지막에 사진 첨부하고 발행할 뻔했는데, 아! 맞다! 내 온라인카지노앱은 글 다 쓰고 마지막에 사진 첨부하면 본문 다 날리지! 고쳐지지 않는 그 버그가 마침 생각나서 다행히 글 소멸시키는 실수 없이 공유합니다. 휴-! ㅎㅎ
돌아오는 길에는 집에 오기 싫었는지 플레이리스트에 가득 Sia의 곡을 담아서 들었어요.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어서 이럴 때 선뜻 골라 얼른 귀호강을 하니 무척 좋군요!
배 빵빵하게 채웠으니까 그만큼 또 칼로리 배출해야 몸이 안 무겁더라구요. 밀가루가 땀으로 기화하는 과정을 지금 방금 막 통과하고 왔어요.
아무리 많이 먹어도 다 여기 저기 잘 쓰여서 운동 뭐 그런 땀나고 힘든 거 안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지난 날들이 어느새 과거형이 되었는데, 그 때는 그게 대단히 특별한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말이죠. 지금 시선에서 보니 그게 그 시절의 제 몸 속의 숨은 능력치였네요.
좀 더 시야를 넓혀서 보면, 저는 모르는 지금 이 순간의 능력을 저 자신은 미처 모르더라도 남이 봐주고 짚어줄 때가 많아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또 뭐든 해 볼 용기가 생겨서 내일도 아주 익숙하지 않지만 도움을 구할 누군가를 또 만나러 갑니다.
오늘 잠시 아는 분과 대화를 카톡으로 나눴는데 서로 용기 북돋워주느라 손 멈춰가며 쉬어가며 틈도 없이 짧은 몇 분 동안 타이핑을 하도 집중적으로 해서 티키타카하느라 손가락이 다 아플 지경이었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힘든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이런 동지 또 이리 저리 만나러 다니고, 훌쩍 멀리까지 떠나보려구요. 사는 재미를 찾아서 내일도 가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