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AI음악이나 갖다 붙인다고 다 감동적인 건 아니지
ㅣ바로 어제 장문의 글을 쓰고 마지막에 사진을 첨부하는 바람에 모조리 글을 날린 <온라인카지노앱 버그> 경험자입니다. 어제의 실수를 오늘 반복하지 않았다는 모습을 당당히 보여드리고 싶었던지, 이번에는 사진 먼저 올려드리고 시작합니다. 사실 수 개월 전부터 그러고 있습니다. 계속 자주 글을 쓰는 것 말고는 온라인카지노 버그를 제가 잊지 않을 방법이 없겠다 싶어요.
제 스레드에 공개한 위 짧은 영상은 애초에는 여러 가지 버전 AI음원 중 남자 주인공의 처절함을 담은 독백 노래를 BGM으로 넣을 뻔 했습니다. SUNO로 다양하게 슬픈 연주곡을 만들고 다음 날 들어보는데, 기분 탓인지 처음 들을 때보다 뭔가 심심한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나름 가사도 넣고 스타일도 다양하게 바꿔가며 시도하고, 영상 길이에 딱 맞는 30초 남성보컬 음원을 원픽으로 삼았죠.
제가 매우 신뢰하는 젠지(1900년대에 태어난 저와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2000년대생)에게 영상 인코딩 전에 한 번 보라고 제안했어요. 굉장히 진지하게 집중모드로 끝까지 본 후 0.2초 남짓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음악이 이상한데?' 라는 거예요.
뒤이어 반 친구들이 학교에서 어느 드라마스타일 영상을 봤을 때의 반응도 들려줬어요. 그 영상에도 이번에 제가 들려준 SUNO 가사 있는 보컬 음악과 같은 BGM이 나왔고 애들이 다들 '이상하다'라고 했다는 거죠.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다수의 의견을 증거로 내밀 줄 아는 설득력을 갖춘 것에 기특함을 느끼며 알겠다 하고 순순히 그 말에 따랐어요. 처음에 만들고 나서 다음 날부터 들을 때마다 뭔가 아쉽고 감정이 약한 것 같은 연주곡을 골라 BGM으로 넣었고, 그 결과가 위 캡처 이미지 속 영상입니다. 널리 전파하기엔 퀄이 Ai영상 초보라서 저의 느림과 부족함을 깨닫는 계기로 소개했어요.
영상 속 주인공이 눈물 흘리며 우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도 아니고 '공모전' 성격이라 '지금 여기 너무 슬프다!'외치는 것도 어색하더라구요. '영상 속 주요 캐릭터 감정이 눈물을 주루룩 흘리며 다소 격하니까' 음원은 차분하고 슬픈 피아노 연주곡으로 슬픔만 잔잔히 전할 필요가 있었어요.
'음원은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영상 곁에서 청각적 분위기로 보조하는 균형잡힌 조화로움이 필요했구나' 이 것만큼은 이번에 잘 배웠습니다. 결과물이 확실히 저의 하찮은 실력과 부족한 크레딧 보유자 답게 그냥 남의 작품 볼 때 우와! 할 정도로 탄성을 자아내는 영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쳐내고(애써 만든 영상을 아깝다고 여기 저기 다 끼워 넣는 만행을 저지를 뻔했다가 1트 후 결과물이 정신산만해서 며칠 뒤 다른 바쁜 것을 하며 깔끔하게 잊고 잘 털고 깔끔히 접음) 나름 어렵게 매듭짓고 마무리 해서 지금은 후련하고 뿌듯합니다.
작품에 나의 온갖 감정과 슬픔을 낱낱이 모두 다 세세히 적으려고 말고, 보는 사람이 느끼도록 보여주라는 글 조언이 있는데, 감정 과잉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도 오랜 수련이 필요한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쉽지 않아요. 아주 오래 걸리고요. 그래도 숱하게 많이 시도하면서 과연 '나의 감정 과잉'의 결과가 어떤 모양인지 직접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적나라한 모습에 상당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죠. 이성이 바로잡힌 날은'내가 과거에 그 따위 글을 꺼내다니!' 하고 얼른 숨기고 싶기도 하다가 그냥 두자 포기하곤 해요. 그 것도 나니까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서서히 덜어내는 게 뭔지 감을 좀 잡은 듯한 글이 나오나보다 해요. 되게 희미한 렌즈가 천천히 또렷해지는데, 제 감정에 따라 자주 흐려지기도 합니다. 제 눈에 눈물이 고이면 흐릿한게 정상이겠죠. 세상을 보는 필터이자 렌즈가 내 눈이니까요. 슬퍼도 적당히 눈물 좀 닦고 시간이 지나 일상을 살며 다시 정신줄 잡히면 '그 때 글을 쓰는 게 내게도 보는 이에게도 이로운 거구나' 정도는 몇 년간 온라인카지노 글을 쓰면서 제대로 느꼈어요. 감정이 생존에 위협이 될 때는 최대한 다른 사람들 눈에 안 띄고 안 보이는 곳에서 버리고 던져보고 그래도 내게 딱 붙어 있는 감정이 있다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고 두다가 생각을 벼리고 또 벼려서 지금 쯤은 꺼내도 모두가 안전하겠다, 모서리가 다듬머지고 뭉뚝해졌을 때 꺼내면 딱 좋더라구요.
그런데 이 과정들이 되게 오래 걸리더라구요. 마음이 만져지는 게 아닐텐데도 아프고 또 많이 괴롭고 괜히 갑자기 확 힘들기도 하고요. 뭐든 배움이라는게. 조급한 마음이 잘 안 덜어내지는 사람이자 성미도 심히 성급한 편이지만 그래도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 덕분에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는 방향으로 한 발자국씩 내딛고 덜 부끄러운 것들을 내어놓고 있는 것 같아 고마운 기분이 듭니다. 잘 익어 맛을 내는 과일에도 일정 수준의 시간과 충분한 영양, 햇빛 일조량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런가 보다 하려구요. 거센 태풍이든 모진 비바람 불어도 '너는 나를 피해가거라. 나는 여기 어떻게든 있을래'잔뜩 몸을 움츠리고 버티면서 말이죠. 오래 안 떨어지고 버티는 것도 능력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