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구겐하임을 꿈꾸는 트럼프
"Drill, Baby, Drill & Mine, Baby, Mine"은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자원 정바카라 구호이다. 우리말로 풀자면 "파라, 얘야, 파라! 캐라, 얘야, 캐라!" 정도가 된다. 유전도 광산도 닥치는 대로 시추하고 개발하자 이런 구호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에너지 전환 정바카라이 미국의 제조업을 죽이고 중국의 핵심 광물 독점만 도와준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 뒤에는 분명 러스트벨트라 불리는 미국 제조업 기반의 지역 표심을 자극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정치적 셈법을 넘어 첨단 기술 경쟁의 아킬레스건인 핵심광물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하는 구호로 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 개정 등을 통해 유전과 광산 개발을 독려하며 100년 전 과거로 회귀하는 중이다.
미중 패권전쟁의 핵심 '첨단산업'
아이러니하게도 미중 패권전쟁의 핵심인 첨단기술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정말 첨단스럽지 않은 광산업, 광물 확보 경쟁에서 더 첨예하다. 이른바 희토류라 불리는 희귀 광물 확보 경쟁이다. 서로 사이가 좋을 때는 필요하면 가격이 문제일 뿐 언제든 사서 쑬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내편에게만 팔겠다는 상황으로 변하다 보니 문제가 심각해졌다. 희토류를 활용하면 아주 작은 크기의 초강력 자석을 만들 수 있다. 또 일반 금속에 소량을 섞으면 열과 충격에 강한 슈퍼 금속 제조도 가능하다. 인류는 이런 희토류의 특성을 활용해 반도체, 배터리는 물론 전투기, 첨단 레이더 등 첨단 제품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뉴스를 접하면서 희토류 대부분이 중국에 매장돼 있다고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은 희토류라 불리는 17개의 희귀 광물은 전 세계 주요 지역에 꽤 넓게 분포돼 있다. 코발트는 콩고에 많고 크롬은 카자흐스탄에 리튬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주로 생산된다. 심지어 미국과 프랑스, 호주 등에도 희토류로 분류되는 희귀 금속이 꽤 있다. 그럼 왜 희토류에 있어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중국에 휘둘리는가? 그건 전 세계 광물의 정제와 제련 산업을 중국이 독점하다 시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된 광물을 파서 꺼낸 들 광물 원석에서 실제 필요한 희귀 금속을 추출해 내기 위해서는 중국을 통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실제 중국은 현재 희토류 채굴 시장의 60%, 제련과 정련 시장의 85% 이상을 점유한다.
안타깝게도 구겐하임 가문이 광산과 제련 산업에서 손을 뗀 1900년대 중 후반 이후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광산업뿐만 아니라 제련 정련 산업에서도 철수했다. 이들은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노동집약적 산언인데다 환경문제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기술 발전을 환경을 포기한 중국이 떠받친 셈인데, 이렇게 만들어진 높은 중국의 광산 제련산업 점유율이 이제는 전 세계 첨단산업의 가동을 멈출 킬 스위치가 된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첨단 반도체를 팔지 않겠다고 외칠 때마다 중국이 코웃음을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희토류 공급을 중단하는 순간 미국이 그렇게 자랑하는 첨단 반도체를 만들지도 못하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100년 전 구겐하임을 부활시키고 싶은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광산과 제련 산업의 부흥은 100년 전 구겐하임 가문이 완성했던 광산과 제련업의 수직계열화이다. 구겐하임은 전 세계 주요 광물 광산을 확보하고 ASARCO(American Smelting And Refining Company, 미국 제련 및 정련 회사)를 지배해 광물의 제련과 공급까지 쥐고 흔든 독과점 사업자였다. 실제 구겐하임 가문은 20세기 초 전 세계 은과 납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했고 구리 시장은 80%나 점유했다. 이럴 수 있었던 건 자신들이 소유한 광산에서 나온 원석은 전부 ASARCO를 통해서만 제련하도록 통제해 완벽한 광물 밸류체인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이른바 미국과 관계가 좋은 민주진영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런 광물의 밸류체인 수직화를 꿈꾸고 있다.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 Title III)을 동원해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망간 등 핵심 광물의 채굴과 제련 등을 하는 미국 내 민간기업에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MP머티리얼즈라는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광산을 보유한 회사엔 국방부가 지분 투자를 했고 노스캐놀라이나 리튬 광산을 소유한 알베말(Albemarle) 등에는 정제 공장 설립을 위한 보조금이 지급됐다. 우리 기업 고려아연의 미국법인에도 컨소시엄 형태로 미 국방부와 상무부, 록히드 마틴 등이 들어왔는데, 프로젝트 크루서블이라는 미국 내 제련소를 짓는 사업을 위해서이다. 지배구조 최상위의 합작법인 지분 40%를 미국 컨소시엄이 갖는다.
독점이 시대가 낳은 셔먼법(Sherman Antitrust Act)
구겐하임이 광물 시장을 지배하던 시기 미국은 독점의 시대였다.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이 시기를 독점 자본주의의 시대라 부른다. 돈을 번 소수의 기업이 그 자본력을 바탕으로 별다른 규제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던 시대이다. 서로 뭉쳐 한 회사가 되거나 담합해 시장을 지배한 카르텔과 트러스트의 시대였다. 당시 이런 소수 기업들은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고 하청 업체는 옥죄며 노동자들을 박하게 대했다. 추가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세상은 역방향으로 이동하려는 힘이 강해진다. 독점의 횡포는 결국 1890년 부당하게 거래를 제한하거나 시장을 독점하려는 모든 기업 간 결합과 공모를 불법으로 규정한 셔먼 반트러스트법을 낳는다. 미국 정부와 법 제도가 자유방임에서 개입과 경쟁 보호로 거대한 방향전환이 이뤄진 의미 있는 사건이다.
이법에 의해 1911년 스탠더드 오일과 아메리칸 타바코가 대법에 의해 강제 해산과 분할 명령을 받았다. 미국은 경쟁을 저해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독과점에 대해 매우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국익 앞에선 공정한 경쟁 따윈 저버리는 세상이 시작된 아닌지 모르겠다. 보조금 지급은 말할 것도 없고 관세를 무기로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서고 다른 나라에서 공정경쟁 이슈로 제재라도 받을라 치면 외교적 압박까지 노골적으로 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 M&A 역사의 한 장면 ASARCO 역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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