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시골집에서 누리는 즐거움

by화이트

나이가 들수록 소박한 일상이 주는 기쁨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와 띠동갑인 72세의 시누이는 시골집에 와서 열무와 얼갈이로 김치를 담그고, 며칠 전에 좋은 꿈을 꾸었더니 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고 했다.


이까짓 열무나 상추가 뭐 대단해서 그러시냐고 했더니 나이가 드니 다 필요 없고 이런 게 제일 좋다고 한다.


송파구 일등 주부다운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 마음도 같다는 걸 알았다. 초여름의 시골은 신선하고 상쾌해서 데크 위에 앉아만 있어도 세상 부귀영화가 부럽지 않고 꽃과 나무와 새소리에 기분이 좋다. 십 년 동안 그랬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골집에서 누리는 모든 것이 더 그러하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마당과 텃밭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는데 아침 식사를 하기까지 두어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어제는 풀이 자란 빈 터를 정리해서 밭을 만들어 바질 씨앗을 뿌렸다.


오늘 아침엔 욕실에 압축봉 대신 청소용품을 걸 수 있는 나뭇가지를 여러 번 톱으로 잘라 튼튼하게 고정했다.


성능 좋은 톱이 있으면 쉽답니다.
집 뒷편 구석진 땅에 딸이 좋아하는 바질을 한봉지 더 심었어요.
밤새 두 배로 커진 오이를 따서 아침에 먹어요.

오이 모종을 자그마치 스물네 개나 심었더니 자고 나면 저만큼 커진 오이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잎사귀 사이에 숨어 있어서 못 보면 저렇게 커지기도 한다. 오이는 작아야 맛있기 때문에 까끌까끌한 줄기를 헤치며 샅샅이 따는데도 매번 놓치고 못 보는 오이가 있다.


상추에 이어 오이를 주변에 나눔 하려고 넉넉히 심었더니 초반 작황부터 풍년이라 신바람이 난다.

'장마에 오이 크듯 한다.'는 말처럼 아침저녁으로 물만 듬뿍 주면 밤새 쑥쑥 자라서 놀랍도록 커진다.


그런데 오이가 무성할수록 그 옆에 심은 가지에 그늘이 져서 '가지는 제 그림자도 싫어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햇볕과 바람을 좋아하는데 오이 때문에 성장이 더디다.


벚나무가 집 동쪽에 있어서 아침에는 그늘진 마당이 시원합니다.

시골집 데크에 평상을 놓고 잘 썼는데 옆집의 포치에 새로 들인 야외 테이블이 앉아보니 평상보다 편해서 집에 온 손님들의 요청대로 평상을 없애고 의자와 테이블을 두려고 했다.


하지만 농작물을 다듬거나 펼쳐 말리기에는 넓은 평상이 편리한 데다 몇 번 오지 않는 손님들을 고려해서 우리의 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평상 위를 깨끗하게 치우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


집 뒤편의 평상만 치우고 비를 안 맞게 작은 평상으로 따로 짜서 두었다. 그건 시골 살면 어지간한 건 뚝딱뚝딱 만들어야 하는 남편이 아니라 내장 목수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