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망으로 방충 모자 만들기

먹파리를 막기 위한 양파망 밀짚모자

by화이트

벌써 벌레들이 기승이다. 이른 아침 밭에 나가니 눈가로 먹파리들이 윙윙거리며 수십 마리가 달려든다. 손으로 연신 휘저으며 잡초를 캐보나 아차, 귓바퀴가 따끔하더니 열이 오르는 걸로 봐서 먹파리에게 뜯긴 것 같다.


호미를 집어던지고 창고로 가서 커다란 양파망을 뒤집어쓰고 그 위에 밀짚모자를 눌러썼다. 챙기는 김에 모기향까지 피워 밭으로 다시 갔다. 모기향의 매운 연기에 대부분의 먹파리는 사라졌으나 그래도 몇 마리가 계속 머리 주변을 맴돌더니 목 앞을 기어이 물어뜯어 핏자국을 내었다.


눌러쓴 모자 때문에 양파망이 밀착되어 이마도 한 방 물렸다. 해가 뜨겁기 전에 텃밭의 풀을 모두 뽑고 물을 준 뒤에 양파망으로 방충 모자를 만들기로 하고는 반짇고리를 들고 데크에 앉았다.


뒤집어썼던 양파망의 밑부분을 잘라 밀짚 모자의 챙에 바느질로 둥글게 기웠다. 시침핀으로 대강 자리를 잡은 다음에 양파망의 둘레에 맞춰 챙의 중간쯤으로 기우니 적당히 얼굴과 간격이 맞는 것 같다.


시골의 모자 가게에 가면 방충망이 달린 모자를 팔기는 한다. 하지만 망의 구멍이 너무 커서 아주 작은 먹파리를 막지 못하기에 양파망이 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양파망이 얼굴에 밀착되면 방충 효과가 없기에 커다란 밀짚모자의 넓은 챙을 이용해서 얼굴에서 간격을 두고 아래에도 끈으로 묶어야 벌레가 들어오지 않는다.


모기향을 허리 양쪽에 찬 뒤, 얼굴에는 방충망 모자를 쓰고 긴 옷에 장화와 장갑까지 완벽하게 무장하고 밭에 나가야 온갖 물것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으나 성격이 급한 나는 항상 무방비 상태로 모기와 먹파리에게 물려 울긋불긋한 꼴로 도시에 가게 된다.


팔다리와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라 벅벅 긁으며 며칠을 보내야 가라앉는 흡혈파리는 모기보다 악질이다. 하지만 내가 손수 만든 방충 모자가 있으니 매번 밭에 갈 때마다 잘 쓸 것 같다. 예전에 손바느질을 조금 배워둔 것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꼼꼼하게 잘하진 않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뭔가 필요한 게 생기면 바늘을 들고 우물쭈물 꿰맬 수 있으니 손바느질은 한번 배워두면 굉장히 실용적이다.


시골에 와있으면 세상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싱그러운 아침 공기와 초록초록한 산과 뻐꾸기 우는 소리가 더욱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심심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텃밭과 마당의 온갖 풀은 날마다 자라고, 꽃과 작물에 물도 줘야 하고 열무와 얼갈이를 솎아 김치를 담그고 상추를 솎아 쌈도 싸 먹어야 하니 도시와 시골의 하루는 움직임이 다르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니 텃밭 작물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겹봉숭아, 접시꽃, 백일홍, 채송화 씨앗을 뿌렸는데 싹이 모두 올라왔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알록달록한 여름꽃을 볼 수 있다. 옆집과 차폐를 위해 작년 가을에 이웃 언니가 준 칸나 구근을 겨우내 보관했다가 울타리 아래에 주르륵 심어놨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어서 얼마나 키가 크려고 저렇게 꾸물대는지 모르겠다. 흙을 살짝 파보니 조그맣게 싹은 올라왔다.


가지와 오이, 토마토, 옥수수, 고추, 감자, 땅콩, 완두콩, 열무, 얼갈이, 버터 헤드, 모둠 상추, 삼동파, 부추가 텃밭에서 자라고 있어서 농사짓는 재미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꽃을 많이 심지는 못하고 조금씩 심어 약간의 재미만 볼 따름인데 너무 열심히 하면 오래 하지 못하는 것이 시골 생활이다.


일을 보면 참지 못하고 풀을 봐 넘기지 못하는 사람은 관절이 망가져서 시골에 아예 오지 않게 된다. 오면 일이 눈에 보이고 안 할 수 없으니까 몸을 위해 도시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나처럼 적당히 게으르고 빈둥거려야만 길게 시골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해 보면 안다. 올여름은 양파망 모자를 쓰고 모기와 먹파리에게 덜 물리기를 바랄 뿐이다.


필요한 분은 제게 주문하세요~^^


지하수로 시원하게 씻는 상추와 삶은 쑥
가지, 완주콩, 오이, 열무와 얼갈이와 옥수수 (시계 방향)
가지가 휘어지게 달린 불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