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 저축은 5천만 원. 그마저 전부 사라졌다

억대 연봉 디자이너가 뼈저리게 깨달은 돈의 진짜 속성

by줄리킴



15년 전, 저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스페인에서 글로벌 패션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지금의 환율로 계산하면 2억 원이 넘는 연봉이었으니, 주변에서는 부러워할 만큼 벌고 있었죠. 하지만 통장에 남은 돈은 많지 않았어요. 최소한의 저축만 겨우 했고, 그나마 모인 돈도 전문 투자자였던 남편이 알려준 대로 맡겨두었던 게 전부였죠.


냉정하게 말해서, 저는 돈을 잘 벌었을지언정 돈을 잘 다루지는 못했어요. 나중에 사업을 시작할 때, 그나마 겨우 저축했던 5천만 원마저 초기 투자금으로 전부 써버리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요.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과 돈을 다루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그땐 몰랐어요. 아무리 많이 벌어도 멍청한 소비 앞에서는 답이 없다는 걸, 몸으로 아프게 배웠죠.




돈을 잘 버는 것과 잘 다루는 것은 다르다


패션이라는 화려한 세계 속에서 "이 정도는 써야 잘 번다고 할 수 있지!" 하는 자기 합리화에 늘 포장되어 있었거든요. 남에게 번지르르하게 보이고 싶은 허영과 사치가 제 소비의 중심에 있었어요.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과 돈을 다루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그땐 몰랐어요. (개념은 알았지만 몸으로 실행할 줄을 몰랐죠!)


사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해요. 소득이 늘어난 만큼 지출도 함께 늘어나는 현상을 전문가들은 '생활비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2025년 골드만삭스 조사에 따르면, 연 소득 5억 원이 넘는 가구 중 40%가 여전히 "그달 벌어 그달 산다"고 답했다고 해요. 버는 돈이 늘어난 만큼, 정확히 그만큼 씀씀이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죠. 제 경우가 딱 그 케이스 였던거에요. 연봉이 오를 때마다 "이 정도는 누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통장 잔고를 갉아먹고 있었어요.



혹시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걸 왜 샀을까,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됐던 적 있으세요? 저는 많았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산 건 물건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였던 거예요. "이만큼 버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써야지" 하는 이야기요. 그 이야기 값을 치르느라 제 통장은 늘 비어 있었던 거고요.

억대 연봉을 그렇게 태워먹고, 사업을 키우다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정면으로 맞으면서, 제 안에 있던 돈에 관한 오래된 관념들이 하나둘 무너졌어요.



5천만 원은 창업 초창기 자금으로 사용을 했습니다. 사실 이 5천만원이 사라진 이유는, 사업이 안 됐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정반대였죠. 사업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어요.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량 생산 전략을 썼던 게 맞아떨어지면서, 누적 매출 23억 원까지 만들어냈으니까요. 사업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연매출 10억을 넘기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국내 소상공인의 평균 연매출이 2억 원 수준(2023년 기준 약 1억 9,900만 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연10억이라 매출을 만들기 위해 갖춰져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

문제는 매출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어요. 비즈니스 파트너와 바라보는 비전이 점점 어긋나기 시작했고, 그 갈등은 감정적으로 저를 많이 흔들었어요.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제가 정말 놓치고 있던 게 뭔지 뒤늦게 보였어요. 저는 돈을 버는 것도, 쓰는 것도 잘했어요. 그런데 정작 그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몰랐던 거예요.


파트너십이 삐걱거리는 신호를 여러 번 느끼면서도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야"라며 관계도, 자금 구조도 정리하지 못한 채 끌고 갔어요.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이득을 볼 때보다 손실을 볼 때 두 배 넘게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합니다. 이미 쏟아부은 시간과 관계를 인정하고 정리하는 고통보다는, 어떻게든 버티는 쪽을 택했던 거죠. 그 결과 초기 투자금이었던 5천만 원은, 사업이 잘 되는 동안에도 정작 제 손에 남지 않고 조용히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회사 문을 정리하고 나서야, 뒤늦게 보이는 게 있었어요. 사업이 무너진 건 전략이나 브랜딩, 마케팅을 몰라서가 아니었어요. 제 소비 습관, 손실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 — 이 모든 게 사업이라는 무대 위에 그대로 올라와 있었던 거예요. 사업은 결국 그 사람 전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종합예술 같은 거더라고요. 숫자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삶 전체를 다루는 태도가 시험대에 오르는 일이었어요.


저는 버는 능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었어요. 관리하는 능력이 없었던 거예요.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돈의 흐름을 구조화하는 것도 — 전부 '관리'의 영역이었는데, 저는 그걸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어요.







돈을 다룰 줄 알아야, 진짜 부자가 된다



과거의 저처럼 돈을 많이 벌면서도 왜 늘 불안한지, 왜 사치와 허영을 끊어내지 못하는지 그 답을 찾고 싶어서 6년 전 'The부자북클럽'을 시작했어요. 몇 % 수익을 더 버는 기술을 배우려던 게 아니었어요. 돈과 부에 대한 이해를 더 큰 그림으로 보고 싶었던 거예요.


바카라들을 읽어가며 알게 된 게 있어요. 《부자가 되는 과학》 같은 바카라들은 제목만 보면 몇 가지 공식만 따르면 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그 안엔 확실한 사실(fact)들과 함께, 그 결과를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하나의 변수가 있었어요. 바로 사람의 감정과 잘못된 관념이었죠. 같은 지식을 가지고도 누군가는 부자가 되고 누군가는 제자리인 이유가 거기 있었어요.


6년 동안 북클럽을 이끌며, 수많은 사람들의 돈과 삶을 지켜본 끝에 내린 결론은 이거예요.


돈을 통제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통제하는 예술'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

화려한 연봉, 남의 시선을 의식한 허영, 위기 앞에서 흔들리는 조급함과 공포.

이 감정들을 다듬고 조율하지 못하면 세상 어떤 금융 지식도 소용없더라고요.


그 5천만 원을, 저는 다시 손에 쥘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의 저라면 "조금만 더 버티면"이라고 되뇌는 대신, 멈춰야 할 신호 앞에서 훨씬 일찍 멈췄을 거예요. 그게 6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 사이에 있는 유일한 차이예요.



돈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어요. 노동해서 벌고, 쓰고, 다시 노동으로 메꾸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 속에 제가 갇혀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 쳇바퀴를 뒤집을 수 있는 전혀 다른 구조가 있다는 것도 —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예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그리는 일인지는, 한참 더 지나서야 알게 됐어요.


다음 글에서 '돈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라는 깨달음을 얻게된 스토리를 풀어볼게요.



*읽으면 도움이 될 글

《부자가 되는 과학(The Science of Getting Rich)》 정리해 둔 글이 있는데 궁금하시다면 여기서 확인해 보세요.


https://fishingproductfr.com/@kfinland10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