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클리셰
<포레스트 검프>는, 그 세대가 겪은 거의 모든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한 개인을 그리고 있지만, 실상 전체를 대변하는 표집이다. 그 역사의 흐름을 개인의 삶과도 결부시키는 포맷이고...
<국제시장>이 이 포맷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고, 실상 ‘응답하라 시리즈’도 이런 성격이다.
천명관의 <고래>는 특정 지역으로 범주를 좁힌 경우. 구체적 사건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역사의 흐름을, 끈질기게 살아낸 여성의 삶과 결부시킨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의 클리셰를 적용한 것. 이는 천명관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이다.
이 포맷을 차용한 기획을 하나 진행 중이다. 아이디어 회의 때마다, 세상에 나온 클리셰란 클리셰는 죄다 언급되고 있는 듯. ‘에디톨로지’라고 하잖아. 들뢰즈 식으로 말하자면, 배치를 바꿔보는 것.
김치찌개를 끓일 때, 먼저 들기름에 김치와 돼지고기를 볶는 작업. 생각해 보면 신기하지 않나? 어차피 나중에 물을 붓고 끓이는 것인데, 선행 작업으로 인해 맛이 달라진다. 다 함께 넣고 끓는 중에 들기름을 넣는다고 해서 그 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질료임에도 다른 안배로써 다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그렇다 하더라도 <국제시장>은 너무 그대로 갖다 쓴 경우지. 크리에이터의 양심까지가 안배의 요소일 터. 그러나 우리도 어떻게 될지는, 또한 모르는 일.
세상사가 참 묘해서, 내가 한 말에 내가 걸려들 때가 있거든.
하여 비겁한 결론, <국제시장>도 재미있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