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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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CD라는 인생 공식이 있다.


L은 Life(인생), B는 Birth(탄생), D는 Death(죽음), 그리고 C는 Choice(선택)를 의미한다. 즉, 인생은 탄생(B)과 죽음(D) 사이에 수많은 선택(C)이 놓여 있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누가 처음 만든 공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그럴싸한 이야기다.


인간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한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조금 더 잘까, 아니면 일어날까. 우리는 이런 사소한 선택을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며 살아간다.

물론 인생에는 사소한 선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대학에 갈 것인지, 무엇을 전공할 것인지,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결혼을 할 것인지, 한다면 누구와 할 것인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선택도 해야 한다. 심지어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이 남긴 재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인생은 정말 선택으로 시작해 선택으로 이어지다가, 죽는 그날까지 선택을 멈추지 않는 과정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제우스는 신들만 사용하던 불을 프로메테우스가 훔쳐 인간에게 주자 크게 분노했다. 그리고 인간에게 재앙을 안겨 주려고 최초의 여자 판도라를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다.


형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동생에게 판도라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에피메테우스는 형의 경고를 무시하고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하는 선택을 했다.


판도라에게는 인간 세상의 온갖 재앙이 담긴 상자가 있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판도라는 결국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 있던 질병과 죽음, 질투와 증오 등 수많은 해악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왔다. 뒤늦게 상자를 닫았지만, 이미 재앙은 세상에 퍼진 뒤였다. 상자 안에는 희망만이 남았다.


만약 에피메테우스가 형의 경고를 받아들여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또 판도라가 호기심을 누르고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인간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물론 신화 속 가정이 현실의 정답을 알려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하나의 선택이 얼마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리 알 수 없다. 선택의 순간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훗날 후회로 남기도하고, 당시에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여겼던 일이 오히려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은 단순히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한 이후의 과정이 더욱 중요할 때도 많다.


나는 L=BCD라는 공식에서 C가 단순히 Choice, 즉 선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C에는 Challenge(도전)와 Charge(바카라임)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선택했다면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도 바카라임을 져야 한다.


선택은 출발점이고, 도전은 그 선택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며, 바카라임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좋은 대학을 선택했다고 해서 저절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해서 저절로 만족스러운 삶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결혼을 선택했다고 해서 행복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선택 이후에 어떤 노력을 하느냐, 어려움 앞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모습은 달라진다.

물론 선택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따르고, 도전에는 실패의 가능성이 따른다. 아무리 신중하게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도전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실패가 두렵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실패한 선택보다 더 아쉬운 것은 두려움 때문에 끝내 선택조차 해보지 못한 인생일지도 모른다. 물론 때로는 선택을 미루거나 도전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고 그 결과를 감당할 용기(Courage)를 갖는 것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적어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정답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성공적인 선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후회로 남을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선택을 통해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L=BCD.

참으로 오묘하면서도 단순한 인생 공식이다.

돌이켜 보면 나의 인생은 내가 내린 수많은 선택의 결과였고, 그 선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도전의 과정이었으며, 그 결과를 감당하는 바카라임의 연속이었다. 앞으로도 나는 수많은 선택 앞에 서게 될 것이다. 때로는 망설이고,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실패할지도 모른다.


이제 6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는 이 나이에 앞으로의 나의 선택과 도전은 20-30대에 선택한 것들과 40-50대에 선택한 것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완벽한 선택만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중요한 것은 선택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선택한 길에서 도전하며, 그 결과를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선택한다. 그리고 내일도 선택할 것이다.

죽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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