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만큼 최선을.

bysomewhen

2004년부터 2005년에 걸쳐 방영된, 김수현 작가의 <부모님 전상서>에서 성실(김희애 분)이 몸살로 아프다는 연락에 동생인 지환(장현성 분)과 그의 아내 아리(송선미 분)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아리: 누구 하나 아프면, 온 집안 식구 다 같이 아픈 거야?

지환: 아버지, 어머니 좀 그러셔. 우리 다 그렇게 키워져서 우리도 자연히 다 그래져.

아리: 가야 할 거 같아? 가고 싶어?

지환: 나 혼자 갈게. 못 마땅해?

아리: 좀 이상해. 지나친 거 아니야?

지환: 그렇긴 하지만, 병원까지 갔다 왔다는데, 어머니, 아버지 걱정하시는데 좀 얌체 같잖아. 왜 오냐, 그러시지만, 안 와도 상관없다 하실 거지만, 그래도 가면, 속으론 반가워하실 거야.

아리: 결론은 간단 말이지.

지환: 있어. 나 혼자 갈게.

아리: 정말 심하다. 정말 유난스럽다. 커피 마실래.

지환: 아버지 말씀이, 말귀 알아들을 때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시던 게 뭐였냐면 말이야.

아리: 가족들 중에 누가 아프다, 쬐금만 아프다 그래도 외국에서라도 즉시 달려와라.

지환: 이 세상에 부모, 형제, 가족만큼 서로한테 귀중한 존재는 없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평생 마음으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



어릴 적부터 우리 집도 지환의 말과 비슷했다. 가족 중 누가 몸살에라도 걸리면, 살뜰하게 마음을 쓰고 보살피며 도와야 한다고 배웠다. 가족들의 생일을 잊고 지나치면, 어머니께 불호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서로 걱정해야 하고, 서로 축하해야 한다고 배웠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누군가는 유별나다고 하며 화를 냈다. 그래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런 갈등이 반복되며 평생을 걸쳐 배워온 가족에 대한 태도가 불편하다고 여긴 적도 있다.


그러나 삶의 고비라 느껴질 만큼 힘든 일들을 겪으며, 부모님께서 가족을 마음으로 소중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소중함을 표현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고 있다. 내가 느끼는 고통보다 내 고통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 내가 필요하다 말하지 않아도 내 필요를 채워주려고 마음을 살피고, 먼저 행동해 주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것을 보며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향한 가족들의 마음과 행동 덕분에 부서진 내 의미와 가치를 회복하고 있다. 그 마음과 행동이 나를 견디게 한다.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가족들이 휘청이는 방향마다 손을 받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남루할지언정 나로서 살아 있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나로서 있기 위하여 가족들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 여전 마음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씩 곁을 볼 수 있게 된다. 마음에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에 대한 연민 없이는 견딜 수 없던 날을 과거에 둘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그들이 누구보다 귀중하다.

그런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미래가 우연히 찾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