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움직이는 무대를 꿈꾸며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
언젠가는 내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고,
언젠가는 내 거점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고,
언젠가는 내 사업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그 생각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와 프로젝트들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단편적인 아이디어들만 맴돌았다.
생각할수록 오히려 마음만 조급해졌다.
정리되지 않은 물음표들로 가득했던 시간들.
그러다 마침내,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 끝에 조금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내 거점을 짓는 일이 아니라 ‘인간 플랫폼’이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생각은 오래전부터 어렴풋이 있었다.
낯을 가리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걸 좋아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섞이게 만들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데 큰 즐거움을 느낀다.
지금 하고 있는 MC 일도 비슷하다.
참여자와 행사, 사람과 분위기, 감정과 현장을 연결해왔다.
무대 위에 있을 때 가장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낀다.
관중들을 지휘하는 느낌, 그 속의 긴장감과 에너지를 사랑한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나는 순간들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인터뷰를 통해 용기를 얻고,
누군가는 처음 보는 사람과 웃으며 대화하고,
누군가는 음악에 맞춰 함께 뛰고 움직인다.
그런 장면들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혼자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들을 더 빛나게 만드는 빛의 반사판 같은 사람.
어쩌면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할 명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도 가볍게 찍은 릴스 챌린지 하나를 친구에게 던졌는데,
그 친구가 또 자기 방식대로 따라하며 즐기는 모습을 봤다.
별거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순간이 좋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무대를 만드는 것.
어쩌면 그게 가장 나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는 방향성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내 것’을 만들기 위해 조급해하기보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재밌는 판들과 연결되기로.
이미 기반을 닦고 있는 브랜드, 커뮤니티, 사람들과 협업하며
재미있는 경험들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생각의 회로가 바뀌는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설렜다.
자율성이 중요한 사람이라, 다양한 사람과 새로운 경험 속에서 더 살아나는 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며, 재미있는 경험들을 만들어보려 한다.
당장 서울에서 스포츠 매장을 운영하는 지인과 아침 러닝 프로젝트를 해볼 생각이다.
러닝 전문가인 지인이 러닝을 리드하고,
나는 MC와 분위기 메이킹, 그리고 디제잉을 맡는 방식이다.
규모가 커지면 친한 DJ들을 초대해 역할을 나누는 그림도 상상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방식의 실험들.
최근 들어 주변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나도 모르게 어떤 정해진 틀 안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누군가와 비교하고, 조급해하고,
스스로를 좁은 시야 안에 가두던 순간들.
그럴 때마다 문득,
‘아직도 내가 우물 안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그릇이 작게 느껴져 아쉽기도 했다.
최근 들어 마음의 그릇이 조금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는 공간을 만들고,
누군가는 사람을 모으고,
누군가는 음악을 틀고,
누군가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며 사람들을 움직이고 싶다.
꼭 모든 걸 내 것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이미 존재하는 좋은 기반들과 연결되고,
서로를 살리고,
함께 판을 키워갈 수도 있다.
지역별 러닝 크루와 협업해서 지역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아직은 머릿속에만 저장된 아이디어지만,
점점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 사람인지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조금 더 나답고 유쾌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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