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존엄을 잃고 짐승처럼 노동하는 하층민의 현실

레핀 <볼가 강의 배 끄는 인부들>

byJUNI KANG

부당한 세상을 째려보는 번뜩이는 눈빛

[작품 정보]

작가: 일리야 레핀 (Ilya Repin, 1844~1930)

작품명: 볼가 강의 배 끄는 인부들 (Burlaki na Volge / Barge Haulers on the Volga, 1870~1873)

소장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러시아 미술관 (The State Russian Museum, St. Petersburg)

Ilya_Repin_-_Barge_Haulers_on_the_Volga_-_Google_Art_Project.jpgBarge Haulers on the Volga, 1870~1873 <출처: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러시아의 젖줄이라 불리는 볼가 강. 하늘은 푸르고 강물은 잔잔하게 반짝입니다.

참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지요. 그런데 그 눈부신 강변 모래사장을 기어가듯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풍경과 너무나도 다릅니다.


일리야 레핀의 <볼가 강의 배 끄는 인부들>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등줄기로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것 같고 탁한 땀 냄새가 흠씬 풍겨옵니다.

가죽 끈 하나에 온몸을 지탱한 채, 거대한 화물선을 짐승처럼 끌고 있는 열한 명의 남자들.

당시 러시아에서는 이들을 '부를라크'라고 불렀습니다.


이 그림의 배경을 보면 참 씁쓸한 시대의 모순이 숨어 있습니다.

저 멀리 우측 강 뒤편을 자세히 보면 연기를 뿜으며 가는 증기선이 조그맣게 보입니다. 이미 기계의 힘으로 배가 움직이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그런데도 왜 이 사람들은 밧줄을 매고 강바닥을 기고 있을까요?


이유는 너무나 잔혹합니다. 비싼 석탄을 때서 기계를 돌리는 것보다, 배고프고 가난한 하층민들의 노동력을 헐값에 사서 부려먹는 게 훨씬 쌌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노동력이 석탄값보다 저렴했던, 인간의 존엄이 바닥에 떨어졌던 19세기 러시아 제국의 현실이 이 한 칸에 다 담겨 담겨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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