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데

10월 어느 날

by기백

세상의 모든 불이 꺼진 새벽 네 시 반,

옆집 개의 사나운 짖음이 벽을 타고 넘어와

내 방의 정적을 사정없이 흔들어 깨웁니다.


오히려 아무도 모르는 나의 아픔에

개의 짖음은 지독하게 다정했습니다.


세상은 가을의 절정을 지나며

누구던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소식이

화려하게 연휴 끝자락을 배웅했다던데.


내 방 안의 공기는

어찌할 줄 모르는 허함으로 가득 차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열에 들떠 벌겋게 충혈된 눈은

방 안의 어둠을 원망하듯 불을 뿜다가,

견디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야 맙니다.


이 순간,

이 방의 중심은 오직 나입니다.

내가 아프므로,

내가 잠들지 못하므로.


이 가을밤도,

저 무심한 새벽의 소음도,

나를 비껴간 세상의 모든 계절도

함께 앓아야 마땅합니다.


나의 통증만큼

온 세상이 함께 삐걱거리고,

나의 허기만큼

우주 전체가 텅 비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이고도 간절한 투정이

온 마음을 지배합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이 말했다죠.

말이 없는 곳에서

인간의 상처는 공간을 차지한다고.


그렇다면 지금 나를 채우고 있는

이 지독한 허함과 통증은

어떤 상처가 남긴 찌꺼기일까요.


나의 아픔에

온 세상이 함께 아파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사실 혼자서는 이 거대한 고통의 무게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가장 솔직한 영혼의 비명일지 모릅니다.


방 안의 열기가 인기척도 없이 식어갈 때,

새벽을 깨우던 먼 이웃 개의 소음이

계속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깊은 잠을 자지 않고

나처럼 깨어 있길.


내가 아픈 만큼

세상도 잠시 숨을 죽이고,

이 가을 새벽의 끝자락을

나와 함께 앓아주기를 가만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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