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도착한 색- 9화
삼킨 말들이 꽤 쌓였다.
왁자지껄한 하루들. 아팠던 날. 온라인 게임에서 깨지던 날. 그날들을 혼자 삼키면서 나는 속으로 연습했다. 나중에 만나면 이것도 말하고, 저것도 말하고. 순서도 정해뒀다. 중요한 것부터. 아니, 웃긴 것부터. 아니, 억울한 것부터.
그런데 막상 만나면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웃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칭얼거려도 되는 사람. 아이고 내 새끼, 그랬어? 하면서 받아줄 사람. 그 말이 얼마나 듣고 싶었는지, 온라인 게임에서 깨지던 날 차 안에서 혼자 울면서 생각했다. 지금 전화하면 받을까. 바쁘다고 했는데. 신경 쓰일까.
전화기를 꺼냈다가 넣었다. 꺼냈다가 넣었다.
결국 넣었다.
나는 원래 칭얼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칭얼거려도 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까 칭얼거리는 법을 몰랐다. 감정을 꺼내도 받아줄 사람이 있다는 걸, 몸이 믿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이 바쁠 때는 더 조심하게 됐다. 신경 쓰일까 봐. 부담될까 봐. 내 하루쯤은 내가 감당해야 한다고.
근데 이게 사랑 맞나.
나중에 당신한테 물어봐야겠다.
내가 전화 참은 날들, 알고 싶었어? 아니면 몰랐어도 괜찮았어?
아마 당신은 이럴 것 같다.
"야, 그냥 전화하지."
그 말이 또 듣고 싶어서, 나는 오늘도 전화기를 꺼냈다가 넣는다.
삼킨 말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 다 여기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글로 나오는 걸 보면. 당신한테 못 한 말들이 결국 여기로 왔다. 독자한테 칭얼거리는 셈이다.
아이고 내 새끼, 그랬어?
누가 그렇게 말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