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랑 연애

by기백

인생이랑 연애



인생은
처음엔 꽃을 줬다
소박한 봄내음 물씬한
흙냄새 묻은 약속 하나 쥐여주며
"너만 믿는다"고 웃었지

그러곤 갑자기
비를 들이붓더라
우산도 없이, 마음 하나 마를 틈도 없이
"그래야 네가 자라는 거야"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상처엔
입맞춤 대신
"그만큼 널 생각했단 증거"라며
멍든 마음을 엎드려 쓰다듬었다
때론 무릎 꿇고 울게 했다가
다시 손잡고 춤을 추자며
밤길을 헤매게 하지

인생은
사랑의 얼굴을 한 사기꾼
도망치려 하면
울먹이며 말하지
"그래도 나 없으면 너, 재미없잖아"

참 교묘하다
때리고 안아주는 솜씨가
찰지고 완벽해서
오늘도 또 믿는다

언젠가는 진짜일지도 몰라,
그 꽃, 그 손길, 그 말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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