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시

by장순혁

오늘은 하늘이 검은 것이
지금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쏟아져 내릴 듯합니다

비는
노란 가로등의 빛마저
그 색을 짙게 하고
가로등 아래를 지나는 저도
그 모습을 짙게 하겠지요

우산이 없는 저는
그저 비를 맞아야 하겠지요

제게 우산이 없는 이유는
우산을 챙기지 못함이 아니라
우산을 챙기지 않음에 있습니다

검은 하늘을 보았음에도,
비가 내릴 것을 알았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을 챙기지 않았음에 있습니다

이제 와 후회한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알아준대도 그것이 지금의 저를
위로해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마음을 바로잡고
호흡을 가다듬고
비를 맞을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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