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스마트소설 공모전 낙선작
옥상에 올라와 평소처럼 고개 쳐들고 하늘을 본다. 뭉게구름이 태양을 가리지 않아 햇살은 따가운 오늘. 조금씩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가을은 가을이구나’라고 새삼 다시 느낀다. 목적 없이 어디론가 향하는 뭉게구름들을 보다가 순간 힘껏 공기를 코로 들이킨다.
“후아”
담배연기 내뿜듯 짙게 뱉어낸다. 전보다 숨을 참는 시간이 줄어든걸 보면 나도 꽤 오래 피웠나봐. 시계를 보니 오후 12시 30분. 조금만 더 있다 가야지.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무선 이어폰을 꺼낸다. 능숙하게 귀에 꼽고는 두 번 두들기자 출근할 때 들었던 빠른 비트의 음악이 다시 흘러나온다.
몇 평 남짓한 이 작은 공간의 주인은 바로 나다. 다른 직원들은 삼삼오오모여 근처 카페로 가 차를 마시거나 혹은 부족한 잠을 채우고자 사무실에 엎드려 있다. 가끔 옥상으로 올라오는 직원들도 있으나 서로 마주치기 민망한 지 거리를 약간 두거나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다시 내려가기 일쑤다. 하긴, 나도 입사 초창기에는 몸도, 마음도 둘 곳 없어 주변을 서성 거렸었지 아마.
담배를 즐겨 피진 않는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어디를 자유롭게 가지를 못하니 답답한 마음에 가끔 꺼내긴 한다. 참고로 옥상도 그렇고 사옥 전체가 금연구역이다. 가끔 이를 기억 못하고 습관처럼 전자담배를 꺼내려다 ‘아차’하고는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한다. 바보 같지 참. 나이를 먹어가니 예전만 못하다.
그러고 보니 옥상 소개를 안 했네. 출입문과 비상구, 엘리베이터가 하나로 연결된 세로형태의 통로를 기점으로 왼쪽과 오른쪽의 생태계가 나눠져 있다. 영화 「둠스데이(2008)」처럼 한 쪽은 격리구역 다른 한 쪽은 폐허로 구분되어있지는 않다. 뭐, 가보면 알겠지만. 출입문을 기점으로 왼쪽은 큰 직사각형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뒤로 이름 모를 풀과 꽃들이 가꿔져 있다.
오른쪽은 상조회에서 큰 맘 먹고 구매한 ‘친환경 먹거리’용 텃밭(이라하고 관상용 취미생활이라 나는 칭한다. 흡사 「매드맥스(2015)」의 광활한 황무지가 생각나듯 말라비틀어진 새싹들을 보면 가슴이 절로 아프다!)과 작은 정자가 옥상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누군지 모르지만 장미와 수국, 코스모스 등이 군데군데 심어져있고 넝쿨은 주변 환경 아랑곳 안하고 무성히 자라 휴게공간이라는 명맥은 유지 중이다. 한번은 부장이 어디서 듣고 왔는지 “대대적으로 옥상 한번 살려봅시다”라며 남직원들을 대동해 꾸미기를 시도해봤으나 흐지부지 되고는 지금까지 이 상태다.
뭐, 상관없다. 익숙해져서인지 도리어 아늑한 이 공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설령 같이 있어도 개의치 않다. 그럼에도 약간의 어색함과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과거 취업준비생이었을 당시 하도 답답한 마음에 집 옥상에 올라가 우뚝 솟아오른 빌딩들과 그 속에 감춰진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봤었지.
그래도 마음은 편했었다. 다시 계단을 내려갈 때 느껴지는 약간의 속시원함과 용기는 ‘세렝게티’같은 취업시장에서 끝내 살아남게 만들어 주었거든.
이제는 개인이 아닌 조직에 속해있는 입장에서 그때와 같은 절박함과 절실함은 파스텔처럼 옅어진지 오래다. 어찌 보면 그 옅어진 파스텔가루를 계속 문지르며 당시의 감정과 느낌을 잊지 않고자 매번 여기로 올라오는 게 아닐까. 정말 나 잘살고 있는 것 맞아?
“위잉”
이크, 맞춰 놓은 스마트폰 알람이 내 손아귀에서 요동친다. 벌써 내려갈 시간이 됐나보다. 꽤 오래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을 보니 12시 50분. 옥상 밑 사람들도 하나 둘씩 사옥으로 들어선다. 도로 위 차들은 변함없이 목적지로 쌩쌩 잘 달리고 있는데. 성큼성큼 출입구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개선장군처럼 무겁다. 오후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