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이 있는 바카라 vs 없는 바카라

바카라 컨셉 기획, 무엇을 쓸 것인가?

by김희영

대형 서점의 매대 앞에서

주말 오후, 도심의 한 대형 서점을 찾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갓 인쇄되어 나온 수천 권의 신간들이 저마다의 화려한 표지와 매력적인 띠지를 두른 채 넓은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지요.

서가를 천천히 거닐며 바카라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떤 바카라은 지나치던 사람의 발걸음을 단 2초 만에 멈추어 세우고, 손을 뻗어 바카라장을 넘기게 만듭니다. 반면 어떤 바카라은 분명 저자의 오랜 땀과 정성이 담겨 있을 텐데도,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단 한 번도 붙잡지 못한 채 서늘한 침묵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이 두 바카라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문장의 화려함이나 저자의 유명세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차이는 바로, 바카라이라는 그릇에 담긴 알맹이를 단숨에 꿰뚫어 보게 만드는 ‘컨셉의 유무’에서 비롯됩니다.

원고지 수백 장을 채워 넣기 전에 반드시 던져야 할 가장 본질적인 질문, "이 바카라은 대체 무엇에 관한 바카라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 오늘은 바카라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컨셉의 비밀에 대해 깊이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1. 컨셉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많은 예비 작가님이 바카라을 기획할 때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열심히 쓴 글의 모음집'을 곧 '바카라'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블로그나 일기장에 적어두었던 좋은 생각들,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상들을 한데 긁어모아 200페이지 분량으로 묶어낸 뒤 출판사의 문을 두드립니다. "제 진심과 삶이 담긴 따뜻한 글들입니다."라면서요.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아무리 문장이 아름답고 감동적이어도 하나의 명확한 컨셉으로 꿰어지지 않은 글들은 그저 '두꺼운 원고 뭉치'에 불과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지요. 여기서 구슬이 작가의 개별 에피소드나 문장이라면, 그 구슬들을 하나의 아름다운 목걸이로 완성해 주는 단단한 실이 바로 컨셉입니다.

실이 없는 구슬들은 손바닥 위에 올려두는 순간 사방으로 흩어져 버립니다. 독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컨셉이 없는 바카라을 읽으면 "좋은 말이긴 한데, 그래서 이 바카라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라는 혼란에 빠진 채 바카라장을 덮어버리게 됩니다.

컨셉은 바카라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척추이자, 독자가 지갑을 열어 그 바카라을 사야만 하는 가장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 주는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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