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에서 마주친 두 개의 얼굴
작은 신생 출판사를 꾸려가며 가장 설레는 순간은 메일함으로 투고 원고가 들어올 때입니다. 얼마 전, 평소 인스타그램을 아주 활발하게 운영하시던 한 예비 작가님의 원고를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피드에는 매일같이 위트 넘치는 글과 감각적인 사진, 사람들과 거침없이 소통하는 에너지가 가득했기에 투고 원고에 대한 기대감도 참 컸습니다.
그런데 원고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저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보여주던 그 유쾌하고 감각적인 어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마치 대학 교재나 엄숙한 학술 논문을 읽는 듯한 딱딱하고 정형화된 문장들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맞춤법도 완벽하고 원고에 담긴 생각도 알찼지만, 이상하게도 그분 특유의 매력과 따스한 활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출판사 작업실에서 그 작가님과 마주 앉아 다정한 차 한 잔을 나누며 조심스럽게 여쭤보았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주시던 그 생기 넘치고 솔직한 목소리가 원고 안에는 없어요. 작가님의 색깔이 없는 느낌이에요."
작가님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이렇게 답하시더군요.
"아… 사실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릴 때는 그냥 친구한테 말하듯 편하게 썼는데요. 막상 출판사에 낼 ‘바카라 원고’라고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더라고요. 왠지 바카라을 쓰는 작가라면 좀 유식해 보이고, 진중하고, 문장도 엄숙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많은 예비 작가님들이 모니터 앞에만 앉으면 왜 그토록 글이 굳어버리는지, 왜 내 안의 진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어색한 남의 옷을 입은 듯 겉도는 문장을 쓰게 되는지를요.
원인은 단 하나였습니다. 글을 쓰기 전, 독자와 만날 내 글 속의 캐릭터, 즉 ‘작가 페르소나’를 명확하게 다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내 어깨의 쓸데없는 힘을 빼주고, 독자의 머릿속에 나라는 작가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작가 페르소나와 톤앤매너’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페르소나, 가짜 가면이 아니라 가장 매력적인 자아의 선택
'페르소나(Persona)'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분이 괜한 거부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탈'이나 '가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보니, 왠지 나 자신을 속이거나 가짜로 연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브랜딩 출판에서 말하는 페르소나는 결코 나를 거짓으로 포장하는 가식의 가면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 안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자아들 중, 내가 쓰고자 하는 바카라의 콘셉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모습 하나를 선택하여 선명하게 다듬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수많은 페르소나를 채택하며 살아갑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상사나 고객을 대할 때의 나, 집에서 어린 자녀나 반려동물을 바라볼 때의 나,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 때의 나, 혼자 방 안에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감상에 젖는 나.
이 모든 모습이 전부 '진짜 나'입니다. 다만 상황과 상대에 따라 가장 적절한 자아를 앞으로 내세우고 있을 뿐이지요.
글쓰기도 이와 완전히 똑같습니다.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내 글을 읽어줄 독자의 결에 따라 내 안의 수많은 자아 중 가장 어울리는 페르소나를 골라 입어야 합니다.
만약 내 삶의 쓰라린 실패담을 털어놓으며 독자를 위로하는 에세이를 쓰는데, 완벽하고 도도한 '전문가 페르소나'를 입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독자들은 그 글에서 깊은 거부감과 이질감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 것입니다. 반대로 전문적인 지식을 정갈하게 전달해야 하는 실용서에서 지나치게 사적인 감정을 과도하게 쏟아내는 '징징이 페르소나'를 쓰고 있다면, 독자는 그 정보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고 말겠지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내 글을 다 읽은 독자가 나라는 사람을 떠올릴 때 어떤 온도를 느끼길 바라는지 고민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 페르소나 설정의 위대한 첫걸음입니다.
작가 페르소나를 완성하는 4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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