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의 시) 나도 모르는 기도

by제이엘 JL

JL의 시

<나도 모르는 기도>


오늘도 몇 번쯤

누군가 미워질 뻔했지만

남 모르게 속으로

거친 말을 뱉을 뻔했지만


세상에 탁한 숨 흘러갈까 봐

잘 참고 순하게 웃었습니다


남의 불행을 곁눈질하며

내 행복을 확인하지 않았고

누군가의 끝없는 넋두리를

시계 보지 않고 들었습니다


길 한복판에 놓인 큰 돌덩이 하나

누구 발에 걸릴까 구석에 옮겨놓고

운동화 끈 풀린 아이를 못 지나치고

넘어지지 말라고 다시 묶어줬습니다.


늦은 밤 버스 정류장에서

울고 있는 낯선 사람에게

말없이 휴지를 건네주고

다음 버스를 그냥 보내고

한참 곁에 있어줬습니다


지나가는 길고양이에게 다가가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야옹이었지만

눈빛이 따스했습니다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니


허기진 세상 속에

진심 담은 밥그릇을

몇 개쯤 놓고 왔습니다


나도 모르는 기도였나


어쩌면 그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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