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의 시
몇 겹의 꿈을 열어야
나를 볼 수 있을까
몇 겹의 나를 벗어야
마지막 내가 남을까
갈림길마다
지워진 팻말
이쪽과 저쪽을
고르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다가
길을 잃고서야 물었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요
보이지 않는 누군가
멀리서 대답했다
아무도 모른다고
여긴 미궁이라고
그날 밤 나는
오래 굶은 짐승처럼 울다
내 꼬리를 물고 잠들었다
꿈에서 깨어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차가운 땅에 귀를 대자
그 목소리가 속삭였다
출구는 없어요
있다고 믿으면
출구는 있어요
없다는 걸 알면
나는 귀를 막았다
희망이 날 삼킬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