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뭔데..
구의 증명과 함께 했던 나의 비쥐엠. 나는 마음에 드는 음악이라면 질릴 때까지 한 곡만 듣는다...=_= 다 덤벼.
와.
바카라. 진짜 나 너무 마음에 드네.
궁금하다. 천 년 후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일에 충격을 받을지, 혐오를 느낄지, 공포를 느끼고 불안해할지, 모멸감에 빠질지, 어떤 일을 비난하고 조롱할지, 어떤 자를 미친 자라고 부를지, 어떤 이야기에 공감하고 무엇을 갈망할지, 천년 후의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그때에도 돈이 존재를 결정할까, 대체 뭘 먹고 살까, 지금의 '인간적'이라는 말과 천 년 후의 '인간적'이라는 말은 얼마나 다를까.
숨쉬기가 어렵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인간적' 이란 단어는 정말로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인간적'이라는 의미와 지금의 '인간적'이라는 의미 자체가 다른 것처럼. 천년 후의 '인간적'이라는 단어는 또 어떻게 불리고 있을까.
약간...
이걸 읽었을 때의 기분이 든다.
내가 죽으면 어떡할래?
구가 물었다.
그 질문이 불행하고 잔인해서 울고 싶었다.
(중략)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와-
자꾸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어서 멈칫멈칫하게 된다.
구의 몸을 잘 감추고 나도 따라 죽겠다는 다짐은 취소다. 그건 구가 죽지 않았을 때에나 할 수 있었던 나약하고 병신 같은 생각이다. 구의 몸을 잘 감추겠다니. 대체 어디에 감추겠다는 말인가. 살아 있는 구도 감추지 못하고 결국 들켜버린 주제에.. 나도 따라 죽겠다니 그것이야말로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이다.
나는 너를 먹을 거야.
너를 먹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거야.
.
.
네가 사라지도록 두고 보진 않을 거야.
살아남을 거야.
살아서 너를 기억할 거야.
전율이 인다.
이 정도 돼야 문학상 받는구나.
나는 이런 파격적인 내용을 좋아하는구나. 새삼 깨닫는다.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문장들에 몸서리가 처진다. 나는 우리 귀자언니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좋아하는뎁 그거 처음 읽었을 때도 쇼킹.
괴롭다는 것은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고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괴로움 없이는 사랑은 없다.
죽으면 알 수 있을까 싶었다.살아서는 답을 내리지 못한 것들, 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
지하철에서 울컥울컥.
사연 있는 여자가 될 수 없지.
꾹 참는다.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된다. 구의 죽음을. 구의 죽음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어떤 애도도 표하지 않을 것이다. 단 일 초도 구의 삶을 상상하거나 구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게 사는 게 사는 거냐고, 답 없는 삶이라고 말할 것이다. 살면서 이미 그런 말을 수차례 들었다.
(중략)
지금도 구를 찾고 있을 자들이 구의 죽음을 안다면, 분명 구의 몸을 팔려고 할 것이다. 구의 몸을 당당히 가져가서 닭고기 팔 듯 팔 것이다. 그들에게 구는 살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구를 미친 듯 찾게 만들고, 찾지 못하게 해야 한다. 어째서 사망신고를 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하여 구가 죽었다고 내 이름으로 그것을 증명해야 하는가.
(중략)
그 누구도 몰라야 한다.
어차피 관심 없지 않았는가. 사람으로서 살아내려 할 때는 물건 취급하지 않았는가. 그의 시간과 목숨에 값을 매기지 않았는가. 쉽게 쓰고 버리지 않았는가. 없는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가. 없는 사람 취급받던 사람을, 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 없다.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지하철에 몇 장 읽지도 못했는데 내려야 했다. 삼십분에 가까운 시간이 무서울 정도로 스쳐 지나갔다. 내 삶이 이런 속도로 지나간다니. 어쩐지 조금 무섭기도 했다.
걱정되지?
...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한 거야. 그 마음을 까먹으면 안 돼.
걱정하는 마음?
응.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 하고 산다
(중략)
걱정하는 마음, 그 마음이 점점 커져서, 내가 내 상처를 겁내는 마음을 가려버렸다. 불행히 또 다른 불행을 가려버리듯.
사람이길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돈이라는 목표를 향해 어떻게 되든 달리는 사람들의 맹목적인 일들이.
누나의 말들을 듣다 보면 나는 등신 병신 천치 같았다. 돈도 이기심도 꿈도 없으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낙오자 같았다.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누나는 말했다. 하지만 내 귀에는 잘 되라는 소리가 아니라 나가 죽으라는 소리로 들렸다. 내겐 가망이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걱정이 담긴 충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 내겐 그런 여유가 없었다. 타인의 말을 구기거나 접지 않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여유.
슬퍼진다.
결국 울게 되는구나.
이런 현상을 텍스트 노마드(Text Nomad) 현상이라고 한다. (이 와중에 지식 욕구) 바카라 속 구절을 읽다가 문득 내 과거의 특정 기억이나 엉뚱한 상상으로 꼬리를 물고 유랑하게 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나는 이런 바카라을 좋아한다. 한바탕 울고 나면 괜찮아질 테니까.
사랑받고 싶은 욕구. 끝없는 욕구. 내 안에 그런 것이 있었다.
(중략)
내가 몸 담았던 모든 곳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리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철저히 혼자이고 싶었다. 나를 바꾸고 싶었다. 바꿀 수 없다면 버리고 싶었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남기고 싶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다.
산산조각나 바람에 흩어져버리고 싶었다.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었을 때 그 안에서 온갖 나쁜 것들이 빠져나왔대. 근데 거기 희망은 왜 있었을까. 희망은 왜 나쁜 것들을 모아두는 그 항아리 안에 있었을까. 이 얘기를 담이에게 꼭 해주고 싶었는데 해주지도 못하고 나는 죽었다. 희망은 해롭다. 그것은 미래니까. 잡을 수 없으니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끌어들이니까. 욕심을 만드니까. 신기루 같은 거니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냐면, 나는 아무 희망 없이 살면서도 끝까지, 죽는 순간에도 어떻게든 살고 싶었는데, 그건 바로 담이 너 때문에 희망없는 세상에선 살 수 있었지만 너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가 않아서. 죽음은 너 없는 세상이고 그래서 나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았어.
나에게도 구원이던 사람이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세상은 무겁게 나를 짓눌렀고 살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던 그때. 나는 너를 만났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그 회색빛 공간에서. 그날 이후 나는 너를 신처럼 여기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다. 나는 너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아직도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너는 나를 너의 곁에 있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지금도 너에게 내가 손을 내밀면 너는 기꺼이 나의 손을 잡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래서 너는 나의 절망이었고, 나의 희망이었다.
너는 나의 첫 사람이었다.
나를 살게 한.
첫 이란 단어가 붙는 것들은 원래 잊지 힘든 법이 아닌가. 구의 증명에서 나오는 그들도 그랬다. 너무 많은 것들의 처음을 함께 했다. 내가 너에게 세상의 따뜻함을 처음 알아버린 것 처럼. 이미 알아버린 처음이란 달콤함은 나를 좀먹는지도 모르고 끊임없이 집착하게 했다. 그것이 사랑이라 알았다.
아니, 사랑이라 믿었다.
믿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