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세라세라

Que Sera Sera

byPaul

케세라세라(Que Sera, Sera)는

"될 일은 결국 된다" 혹은 "무엇이 될지라도

될 것이다"라는 의미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자는

낙천적인 태도를 뜻한다

영어전문 교육회사를 다닐때의 일이다.

대리로 연봉을 조금 높여서 이직했다.


영업팀에 나 포함 4명(전부남성)

마케팅팀에 3명(전부여성)

교육팀에 3명(전부여성)

이렇게 10명으로 영업지원본부로 구성되었다.

교육회사는 기본적으로 여성직원들이 많다.

교재를 제작하는 편집부는 대부분 여성직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특히 영어교육 편집부는 90%

이상이 여성이다. 전체적으로 남성인력은 영업

이나 제작 물류부서에 많다.


같은 영업팀에 김과장이라고 동갑내기 과장님이

있었다. 사는 동네가 가까웠다.

첫 회식때 나한테 우리 동갑이니까 사석에서는

친구로 지내자고 제안했다. 깜짝 놀랐다.

선배고 직급도 높은데..어쨌든 그렇게 친해졌고,

둘이서 동네서 퇴근 후 종종 술잔을 기울였다.

그러다가 김과장 집에 초대를 받았다.

김과장은 동갑내기 아내가 있었고, 돌이 안된

아들이 있었다. 그렇게 아내와도 친분을 쌓았다.

아내도 다른 교육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번호도 주고 받고 교류하며 지냈다.

단란한 가정을 이룬 김과장이었다.

김과장은 170cm초반의 키에 외모만큼 성격도

둥글둥글하고 곰돌이 푸 같은 귀여운 외모였다.


당시 이사님이 술을 좋아해서 월에 2번은 회식을

했다. 그렇게 우리 영업지원본부는 다들 친하게

지냈다.


어느날 회사앞에서 김과장이 퇴근 후 저녁먹자고

해서 약속장소에 먼저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김과장은 교육팀의 현선씨와 함께 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둘이 사귄다고 했다.

회사에서 나한테만 말하는거니,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놀람이 생생하다.

현선씨는 4살 어린 교육팀 막내로 수원에 살았고,

회사에서도 손꼽히는 미모의 여직원이었다.

왜 현선씨가 유부남이랑 사귀는거지??

나는 말을 잊지 못했다. 김과장의 아내와 아들도

눈앞에 떠올랐다. 반면에 둘은 너무나 다정하고

행복해 보였다. 누가 봐도 이제 막 시작한 연인의

모습. 그런둘에게 머라고 말할 입장도 처지도

아니었다.

현선씨에게 물었다.

"김과장 어디가 좋았어요?"

"그냥 다정하고 착하고 잘 챙겨줘서 좋아요"

이말은 사실이었다. 김과장은 원래 주변사람들을

잘 챙겨줬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냥 그

술자리를 동료들과의 술자리로 즐겼다.

김과장의 아내와 세컨드를 둘다 만났고 아는

유일한 사람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느날 회사에서 김과장이 나에게 현금 20만원을

주면서 김과장 이름으로 송금해달라고 했다.

가평의 어떤 펜션이었다. 묻지도 않고 해줬다.

어떤 이유로 왜 이러는지 알았다.

종종 점심식사를 둘이 나가서 먹었고, 연차도

종종 겹쳤다. 약 3개월 동안 회사내 아무도 몰랐다.


전체 회식자리에서 대놓고 둘이서 바로 옆에 붙어

앉았고, 연인처럼 행동해도 누구하나 눈치채지

못했다.

회식자리 자리가 무르익어 갈쯤에 마케팅팀

막내 연진씨가 말했다

김과장님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회사앞에 커피숍의 도장10개가 찍힌 커피쿠폰을

자꾸 자기한테 주고, 쿠키 등 먹을거리를

자꾸 챙겨준다며, 그런데 자기는 남친이 있어서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현선씨가 폭발했다.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고

뒤따라서 김과장이 나갔다. 나중에 들어보니

밖에서 울었다고 했다.

김과장에게 다른 여자들에게 흘리고

다니지말라고 강력한 경고를 내렸다.

김과장은 나한테 와서 연진이는 왜 쓸데없는 말을

하냐고 기분 나빠했다.

세컨드가 다른여자한테 흘리고 다니지 말라는

것을 보니, 웃픈 현실이었다.

저렇게 티를 내는데 왜 아무도 모를까라고

생각했다. 다들 유부남인 김과장과 현선씨를

아예 생각도 못한것같다. 오히려 연진이가

저렇게 말해서 연진이를 좋아하는 이미지만

쌓여갔던 것 같다.


현선씨는 진심이었다. 본가 수원에서 나와서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김과장을 더 자주보기 위해서였다.


김과장이 나와의 술자리에서 고민을 꺼냈다.

현선씨가 이혼하고 와서 자기와 결혼하자고

계속 말한다고 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순간 도대체 김과장의 매력이 멀까??

속으로 생각했다. 머라 할말이 없이 그냥

김과장에게 너 아들 참 예쁘더라 이말만

했던 것 같다. 나로선 그게 최선의 답변이라

생각했다.


나도 사실 그때 머리속이 복잡했다.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고, 이직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생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교육업계를

떠나고, 새로운 직종으로 갈아타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그들의 문제가 머리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러던 금요일밤 퇴근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핸드폰에 김과장 아내 이름으로 전화가

왔다. 가슴이 철렁했다. 직감했다.

복도에 나와서 전화를 받았다.

첫마디부터 충격적이었다.

"경환씨, 사실대로 말해줘요"

"네.."

"경환씨, 최근에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나요?"

"머라구요?? 우리 아버지가 왜 돌아가세요?"

이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김과장이 우리 아버지 상갓집에 가야한다고

외박을 했던 모양이었나보다.

"경환씨!!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네? 제가 멀요??"

"왜 저한테 얘길 안했어요!!!!!"

"아니 말을 안 한건 미안하지만, 난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어요. 왜 저한테 이러세요"

그렇게 한동안 악을 쓰며 말하다가 자기는 이제

죽을 것이라고 했다.

한강의 어디 다리위 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통화 너머로 자동차 경적음 등 도로의 소음이

들렸다. 그리곤 전화를 끊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나는 바로 김과장한테 전화했다.

"야! 너 어디야?"

"나 집이지 애기랑 있는데 왜?"

"야 너 와이프 지금 한강 OO대교에서 투신한데!

빨리 가봐!!"

계속 손이 덜덜 떨렸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바로 경찰 친구인 용수에게

전화를 했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용수야, 김과장 와이프 자살하면 나 어떻게 되냐?"

"멀 어떻게 돼?"

"나 혹시 감옥가냐?"

"너 농담으로 하는 말이야?"

"아니 난 진심인데, 내가 얘기를 안해서 자기가

죽는거라고 소리질렀어!"

"병신아 니가 왜 감옥을 가"

병신 취급에 기분이 나빴지만, 마음이 진정이 됐다.

한 동안 용수에게 놀림을 받았다.


다행히 모두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렇게 김과장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현선씨는 보름동안 병가를 냈고,

나는 이직을 했고, 김과장도 나중에 이직을 했다.

김과장에게 들었는데, 아내가 잦은 외박에 의심

스러워서, 김과장 자동차 블랙박스를 열어봐서

들켰다고 했다.


김과장 아내의 카톡 상태 메시지는 그후 오래도록

케세라세라 였다.

TV에서나 바카라, 뉴스기사 등에서 케세라세라를 보거나

듣게 되면 지금도 김과장 아내가 생각난다.


지금은 날 차단했는지 카톡창에서 볼 수가 없다.

그날의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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