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자랐다. 거짓말은 나쁜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 이 말들은 반복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의심 없이 흡수했다. 아직 의심할 언어도, 의심할 경험도 없었을 때. 그렇게 흡수된 것들이 지금 우리의 가치관이 되었다. 우리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사소한지를 나누는 척도,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에 대한 감각. 이것들이 모두 어딘가에서 왔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를 얼마나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이 가치관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자신의 가치관이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그것을 진정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물려받은 것과 선택한 것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면,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가치관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다.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토양
미국의 교육자 로렌스 콜버그는 인간의 도덕 발달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린 시절 우리는 처벌을 피하고 보상을 얻기 위해 규칙을 따른다. 청소년기에는 주변의 기대와 슬롯적 질서를 따르는 것이 옳다고 배운다.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보편적 원칙에 따라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콜버그 자신도 인정했듯, 많은 사람들이 이 마지막 단계에 완전히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 대부분은 어린 시절 형성된 도덕 감각을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유지한다.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를 묻지 않은 채로 말이다.
가치관을 형성하는 첫 번째 토양은 가족이다. 우리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세계. 부모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것에 분노하고 어떤 것에 기뻐하는지, 무엇을 칭찬하고 무엇을 꾸짖는지. 이 모든 것이 언어 이전에 몸으로 학습된다. 가족 안에서 배운 가치관은 가장 깊이 새겨지기 때문에, 가장 자연스럽게 '내 것'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가장 의심하기 어렵다.
두 번째 토양은 문화와 슬롯다. 우리가 어느 나라에서, 어느 시대에 태어났느냐가 가치관의 큰 틀을 결정한다.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자란 사람과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자란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린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는 태어난 문화의 가치관을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진리인 것처럼 말이다.
세 번째 토양은 종교와 이념이다. 종교적 가르침, 정치적 이념, 학교에서 배운 역사관. 이것들은 우리에게 세상을 해석하는 특정한 렌즈를 제공한다. 그 렌즈를 통해 보면 어떤 것은 선명하게 보이고 어떤 것은 흐리게 보인다. 문제는 우리가 그 렌즈를 끼고 있다는 것을 모를 때다. 렌즈를 끼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른 렌즈도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알고리즘이라는 네 번째 토양
그런데 AGI 시대에 가치관을 형성하는 새로운 토양이 등장했다. 알고리즘이다.
가족, 문화, 종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가치관을 형성한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매일, 매시간,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를 통해 끊임없이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 의식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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