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바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다 보니 산이었다. 멀리서 언뜻 보고 해변을 떠올렸던 것인데 다가가 가만히 보니 그제야 중첩된 산의 모습으로 보였다. 작품의 제목도 '작품(Work)'. 그가 일관되게 그려온 화두가 '산'이니 산이 맞을 것이다.
아들이 그에게 물었다. 왜 산만 그리느냐고. 그는 아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피카소 같은 사람은 워낙 천재라서 뭘 그려도 다 잘한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다."(다큐 영상 <무한을 걷는 사람> 중에서)
그가 '산'을 회화의 원천으로 삼았던 것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일찌감치 집중하고 끝까지 밀어붙인 뚝심. '거장'이라는 칭호는 그런 뚝심에 주어진 훈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림을 시작하고 86세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산'을 떠난 적이 없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아득하게 자신의 '산' 속에 자연의 질서를 담고 조형의 질서를 담고 우주의 질서를 담았다. '산'을 자신의 테마로 삼아 타인의 언어가 아니라 오직 자신만의 내밀한 예술 언어로 구현해 내었다. 그 저력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바로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