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과 햇살이 아까운 날이면 돌보는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기껏해야 아파트 단지를 돌며 놀이터를 순회하고 식물들을 쳐다보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자연은 훨씬 가까이 다가든다.
식물이 저마다 초록을 뽐내는 시기, 눈에 드는 식물은 단연 능소화다.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주황색 꽃의 자태를 그 어떤 식물이 대적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능소화 이름을 알려주다 문득 '능소'가 무슨 뜻일까 궁금해져 '능소'라는 이름을 사전에서 찾았다. '능가할 능'(凌)에 '하늘 소'(霄). ‘하늘을 능히 넘본다’는 뜻을 담고 있는 이름은 덩굴이 벽이나 나무를 타고 높이 올라가는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지어졌단다(자료를 뒤지다 이어령 선생의 호가 '능소'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문득 '하늘을 능히 넘본다'는 말에서 '전지전능'이라는 수식을 달고 있는 신이 떠올랐다. 전지전능한 신은 바벨의 예에서 보듯 하늘을 넘보는 인간에게는 소통을 막음으로써 스스로 지리멸렬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내게 있어 '전지전능'이라는 단어는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는 신을 외면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누군가는 거룩한 신의 뜻을 한낱 인간이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워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한낱 인간에 불과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런데 작가 한강도 그런 의문을 가졌던 모양이다. 소설 '희랍어시간'에서 선하고 전능한 신이란 성립 불가능한 오류라고 일갈했으니 말이다.
"이 세계에는 악과 고통이 있고, 거기 희생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있다. 신이 선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그는 무능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 않고 다만 전능하며 그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는 악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도, 전능하지도 않다면 그를 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러므로 선하고 전능한 신이란 성립 불가능한 오류다."
반백을 한참 넘겼지만 '전지전능한 신'을 믿는 이들이 보기에 나는 여전히 어리석고 불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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