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맛

byna지윤서

지난 10일은 돌보는 아이의 생일이었다. 아이를 만나고 처음 맞이하는 생일. 생일선물로 무얼 안길까 생각하다 나들이와 바카라을 선물하기로 했다.


바카라은 쉽게 정해졌다. "바카라상은 바카라상이다"와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그리고 "다면체 종이접기". 첫 번째 바카라은 내게 언어의 슬롯성을 일깨워주었던 뜻깊은 바카라이어서 아이도 언젠가는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정했다. 두 번째 바카라은 요즘 패션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가 재미있어할 것 같아 골랐다. 세 번째 바카라은 처음 만났을 때 한동안 종이접기를 내게 가르쳐주던 아이를 추억하며 정했다.


나들이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남산과학전시관(정식 명칭은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남산분관')으로 정했다. 아이에게 별자리 영상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내게는 이곳의 천체투영실에서 별자리 영상을 본 후 자신의 별자리에 관심을 갖게 된 내 아이들과의 추억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그랬듯 아이도 별자리 영상을 보고 자신의 별자리가 무언지 궁금증을 가지길 바랐다.


남산과학전시관은 예전 그대로였다. 계단이 아닌 경사로를 따라 전시실로 진입하는 공간도, 세련됨보다는 경직된 느낌을 자아내는 전시실 분위기도, 체험이 가능한 방대한 느낌의 전시물도.


평일의 과학관은 한산했다. 방문객이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아이와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손길 닿는 대로 전시물을 가지고 놀 수 있었다.


놀다가 정시가 되면 천체투영실로 향했다. 이날 아이와 함께 본 영상은 2편이었다. <우주 끝까지>(3시)와 <사계절 별자리>(4시).


<우주 끝까지>는 안내인의 권유로 보게 된 영상이다. 내용도 좋지만 영상 퀄리티가 높다는 게 권하는 이유였는데 4시에 별자리 영상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선뜻 그러겠다고 했다. 둥근 천장 가득 우주를 보여주는 영상은 우주 대폭발에서 시작해 태양계에 속하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차례차례 보여준 후 우리의 은하를 거쳐 수많은 은하계로 뻗어나가서는 마침내 관측 가능한 우주의 경계 끝까지 갔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남산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영상이 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눈앞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는 행성과 은하가 무서웠는지 내 손을 꼭 잡고는 "어지럽다"는 말을 뱉었다. 20분 남짓한 영상을 아이가 끝까지 볼 수 있으려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아이는 영상을 끝까지 보아냈다(투영실을 나온 이후에는 "제 취향"이라는 말을 덧붙여 웃었다).


<사계절 별자리> 영상은 사계절이 아닌 봄에 볼 수 있는 별자리(목동자리, 처녀자리, 사자자리)만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계절에 따라 보여주는 영상이 다른 모양이었다. 아이의 별자리는 가을철에 속하는 양자리여서 영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움은 내 것일 뿐 아이는 별자리에 얽힌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가 나오자 아는 척을 하며 재미있어했다.


영상을 보고 나오며 나는 계단 벽에 그려진 별자리 중 양자리를 짚으며 아이에게 "너의 별자리"라고 일러주었다. 아이는 양자리를 보더니 자신의 생일이 4월인데 별의 개수도 네 개라며 신기해했다.


별자리 감상을 끝으로 아이와 과학관을 나왔다. 아이가 과학관 건너편에 위치한 안중근의사기념관을 가고 싶어 해서였다. 하지만 안중근의사기념관은 아이에게 그다지 인상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실물 크기의 인형과 전시 공간 가득 울려 퍼지는 총소리와 고함소리에 아이가 무서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전시실을 통과하는 아이를 쫓아 설명을 뒤로하고 기념관을 나오고 말았다.


남산을 떠나 아이의 집에 도착하니 부모가 돌아올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제야 나는 선물을 아이에게 내밀었다. 아이는 선물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던지 입을 손으로 가리며 놀랐다. 곧이어 아이의 부모가 퇴근해 돌아왔다. 나는 편히 쉬시라는 말과 함께 부모와 아이에게 작별을 고하고 아이의 집을 나섰다.


집에 도착해 사진 몇 장을 보내려고 핸드폰의 문자메시지 창을 여니 아이 부모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애정이 듬뿍 담긴 메시지에 나도 답을 보냈다.


"저도 복이 많아요. 주말 잘 보내셔요~"


선물의 맛은 역시나 달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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