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고을에는 오랜만에 겨울답게 11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매일 눈을 치우고 또 치우고...
또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픔을 외면하려고 자주 갔던 그 길을.. 오랜만에 가게 되었다.
내 마음을 이해하듯 월요일에 눈 폭풍으로 뉴욕의 가장 큰 공항이 폐쇄되고 1만 편에 가까운 비행기들이 결항되었다. 다행히 화요일에 80%의 비행기들이 정상 운항했고, 나는 수요일에 떠나는 항공편이라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내 여정은 국내선을 타고 뉴욕 공항을 경유해서 인천공항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수요일 새벽 첫 비행기(5시 30분)를 타기 위해 집에서 오전 3시 30분쯤 나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밤 10시 40분쯤 내가 지정해 놓은 여정이 전면 취소되고 새로운 여정으로 바뀌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온라인에 들어가 내 여정을 살펴보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나는 항공사 서비스센터로 전화를 걸어서 고객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하게 된 이유를 물었고, 두 항공사 모두 그 이유를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정해 놓은 일정으로 되돌려 달라고 요청을 했고, 국제선 담당 항공사는 애써 설명하고 대안을 찾으려 노력했고, 국내선 담당 항공사에서는 변경된 일정으로 그대로 가라는 마치 명령을 하듯 했다. 이 과정에서 3명의 상담사와 2 시간 넘게 통화를 했다. 나는 진이 빠졌고, 오랜만에 내 눈에서 레이저가 쏟아져 나왔다. 오래전 캄보디아에서 구호품을 나르다 군인들의 총구와 맞서야만 했던 그날의 내가 되어 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런데 왜?
다행히도 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주셨던 상담사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내가 지정했던 공항에서 내가 원했던 국제선에 탑승할 수 있었다. 다만 지정한 좌석과 요구들이 모두 그대로였으나, 승무원이 내게 와서 지정된 모든 것이 “고객의 요구에 의해 취소된 상태”라며 확인을 요청했다. 나는 취소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문제의 발생이 쌍방적이라면 서로 합의하에 해결하면 되지만, 문제의 발생이 일방적이라면 그 원인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논리적 설명이 없는 일방적 주장은 상대방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 일방적으로 내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바꾼 그 항공사는 내게 분명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반면에 내 여정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항공사는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수없이 했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내 눈을 피곤하게 쏟아져 내렸던 레이저는 지우려 해도 2-3일 동안 나를 괴롭혔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를 다시금 고민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