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였던 내가, 어쩌다 10년째 운동을 하고 있나

어느 느려터진 인간의 취미 개척사

by보건교사 옥쌤


"오.....! 오!"



핸들을 휙 돌리고 스르르 풀며 차를 후진시킨 후 파킹(P) 버튼을 눌렀다. 온몸에 기분 좋은 닭살이 돋는 동시에 팽팽했던 긴장감이 한기로 변해 밀려왔다. 얼른 고개를 돌려가며 양쪽 사이드 미러를 살펴보았다.



와, 완벽하다. 중간에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수정할 필요 없이 단 한 번에 주차 칸에 쏙 들어갔다. 아직 운전한지 2주밖에 되지 않긴 했지만 어쨌든 내 인생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매일 진땀을 흘리며 주차 연습을 한 보람이 드디어 빛을 발한 걸까?



얼떨떨한 기분으로 차에서 내려 출근길 학교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주차장에 한편에 서 있던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어? 안녕하세요!"


그런데 이 선생님, 왜 이렇게 경이롭다는 듯이 날 바라보는 거지? 눈빛에서 약간 황홀감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운전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요?"


나의 이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본 목격자가 있었다니, 초보운전자가 한 번에 완벽하게 주차하더라는 소문이 난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네, 맞아요! 2주 됐어요."

"2주요? 그런데 그렇게 주차를 잘해요?"

"아, 아니. 그게.."


평소에 이렇게 주차를 잘하진 않는데... 오늘 어째서인지, 운이 좋게 스르르 부드럽게 주차가 됐을 뿐이고 항상 그렇지 않다. '이거 잘못 소문났다가 괜히 또 주차를 엉망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면 어쩐담.' 보통은 사람들이 내게 그 정도로 관심을 가져주질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진지하게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 운동 신경이 되게 좋으신가 봐요."


눈을 반짝이며 감탄하는데 그 앞에서 솔직하게 얘기하기가 민망했다.


"아, 아니. 그렇지는.. 안..."


"선생님. 테니스 하신다면서요? 몇 년 전에는 다른 선생님들이랑 배드민턴도 치신 걸로 아는데. 대단하시다. 복싱도 했어요? 그건 얼마나 하셨어요?"


"아. 복싱이요? 그건.. 아이 갖기 전에 2년 정도 배웠어요. 애 생기면서 더 못했네요."


"우와... 진짜 운동신경 좋으신 거 같아요."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선생님에게 차마 진실을 말할 순 없었다. 그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마음속으로 기나긴 독백을 꿀꺽 삼켰다.


'아니요, 선생님. 그게 아니고.. 저는 10대 시절 움직임 자체가 매우 느렸고 운동이 뭔지도 몰랐어요. 체육 시간에 체육복 입고 와서 뚝딱거리면 친구들이 깔깔 거리며 웃기도 했어요. 나조차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자존심이 상하기는커녕 같이 웃으면서 장난쳤는걸요.


체육대회, 체력평가, 피구 반대항 시합 등 이런 건 타고나게 운동 잘하는 애들이 하는 거라 믿고 애초에 응원을 맡겠다고, 그냥 최하점 맞고 말겠다고 마음먹던 사람이었어요.


20대 간호사 시절에는 교대근무 때문인지 체력이 많이 안 좋아지면서 억지로 운동을 나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 첫날부터 머리가 핑 돌고 너무 어지러워서 '평생 운동을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던 사람이에요.


그냥 전, 그날 운동을 그만두기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거, 조금이라도 체력 좋게 하는 거 그거 하나 목표로 10년 넘게 중단하지 않고 계속 운동을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런 제가 운동신경이 좋다니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냥, 조금씩. 그래,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졌을 뿐이에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진지하게 하냐는 듯이 눈썹을 들어올려 나를 바라보는 선생님께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거 같나요. 하하."




10년 전까지 나를 알고 지내다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을 찾아가 "저 지금 테니스를 꾸준히 하고요. 복싱이랑 배드민턴도 배웠어요. 그런데 꽤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니깐요. 아. 테니스는 빼고요. 테니스는 그냥 테린이일 뿐이지만요. 하하."라고 말하면 모두 배꼽 잡고 웃으며 놀려댈거다. 네가 운동을 한다고?


맞다. 난 날렵하지도 않고 달리기가 빠르지도 않다. 순발력이 좋지 않아 일상 생활에서조차도 반응 속도가 꽤 느린 편이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이 서툰 몸짓 조금씩 고쳐나가고, 뚝딱거려도 아랑곳 않고 계속 새 운동을 배워 나가보니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운동을 할 줄 아는 몸치가 되었다.


자신의 타고난 운동 신경을 저주하며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 안 맞으면 어쩌나 겁부터 나는 그들에게, 나의 우당탕탕 취미의 역사가 작은 응원이 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