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종합운동장을 지나

반지하 담벼락 아래

by자크슈타인


성남종합운동장 낡은 담장을 지나

모란시장 왁자지껄한 소란을 등 뒤로

어느덧 익숙해진 뒷골목 동네 길

작은 놀이터 앞 너의 집으로 향하네


그녀의 반지하 담벼락 아래 서면

갓 세수하고 나온 듯 너의 맑은 얼굴

잠옷 같은 원피스 아래 비친 그 가냘픈 팔이

유난히 시리게 마음을 파고들던 날


코끝을 스치는 제법 쌀쌀해진 가을바람

놀이터 가로등 불빛 아래 우린 멈췄지

세상의 소음은 저 멀리 희미해지고

오직 서로의 숨소리만 선명해지던 그때


한 시간이었을까, 두 시간이었을까

우린 뜨거운 첫 키스를 나누었지

지나가던 경찰 아저씨가 뭐라고 하시는지

귀에 들리지도 부끄러운지도 몰랐던 그날


주변의 시공간이 모두 정지한 듯

서로에게 멈춰 서 있던 그날의 우리

사랑이 전부였던 그날의 우리

이제는 레테의 강을 지나 다 채우지 못하네


기억은 지워져도 눈 감으면 선명한 가을밤 그 공기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을 데워

성남의 어느 골목, 반지하 담벼락 앞

쌀쌀한 가을밤이 오면 문득 또 생각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