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by김민주

1

"-원입니다. 봉지 따로 필요하신가요?"


그녀는 점원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넋을 놓고 있다. 가게 점원이 눈썹을 한 번 꿈틀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봉지, 필요하시냐고요."
"아, 예."


그녀가 멍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점원은 익숙하다는 듯 대답 없이 노란색 비닐봉지 안에 그녀의 물건을 옮겨 담았다.


"감사합니다."


멍하게 인사를 하는 그녀, 점원은 뒤돌아 나가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는다.


2
인적이 드문 작은 공원 한복판에서 사체가 발견됐다. 벌거벗은 채 사지를 대자로 뻗고 있었고, 얼굴에는 노란색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그날 아침, 여느 때처럼 일찌감치 공원에 나온 근처 어르신이 발견해 신고했다. 처음 보았을 땐 말갛고 매끈한 것이 마네킹인가 싶었다는데, 해괴망측하게 누가 이런 걸 버려 놓았나 해서 만져보니 멀컹했다는 것이다. 그는 신고 전화 내내 마네킹인지 사람인지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해 두루뭉술 '마네킹인 것 같긴 한데, 와서 한 번 보셔'라는 식으로 말해, 경찰들도 출동하는 동안 당연히 마네킹일 거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물론 안타깝게도 마네킹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사체의 주변에는 갖가지 물건들이 흩어져 놓여 있었다.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 주변 탐문을 통해 그 물건들이 근처 마트에서 그녀가 직접 산 물품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동시에 그녀의 머리에 씌워져 있던 노란 비닐봉지 역시 그 마트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이상하게 여겨진 건 주변에 놓인 물건들이 전부 사용한 흔적이 보였다는 건데, 마트의 cctv를 확인해 본 결과 당일 늦은 저녁에 그녀가 산 물건과 전부 일치해 영문을 알기 힘들었다. 안타깝게도 해당 공원의 cctv는 고장 난 지 오래되어 그녀가 언제 이곳에서 어떻게 죽게 된 건지 파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녀가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시간이 나왔지만, 마트에서 나온 이후의 동선이 확인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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