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찌지 않는 몸』우창윤
나는 ‘마른 비만’에 가깝다. 체중과 BMI는 표준 범위지만, 근육량은 적고 체지방률과 복부비만율이 높은 편이다. 언제부턴가 아내는 내게 “배 좀 집어넣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걸을 때도 배에 힘을 줘야 자세가 바르고, 사진을 찍을 때도 더 보기 좋다고 했다. 맞는 말인줄 알면서도 은근히 속이 상했다. ‘그래도 이 나이에 이 정도면 괜찮은 편 아닌가?’ 하지만 어느날 무심결에 찍은 사진 속에서, 부끄럽게 내민 나의 뱃살을 본 후로는 아내의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내 몸은 분명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저녁 야식만 안 먹어도 살이 잘 빠졌다. 일주일 정도 조심하면 몸이 금방 가벼워졌다. 그런데 마흔의 중턱을 지나는 지금은 다르다. 덜 먹어도 체중 변화가 별로 없다. 운동은 일주일에 한 번 PT를 받는 게 전부인데, 올해는 그마저도 규칙적으로 하지 못했다. 20년 넘게 나를 괴롭히는 허리디스크 때문이다. 하루는 지하철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허리가 펴지지 않아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출근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병원으로 직행했던 그 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몸이 가벼워야 허리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이제 내장지방과 체중을 줄이는 일은 내게 미룰 수 없는 큰 숙제가 되었다.
최근 SNS에서 <살 찌지 않는 몸>이라는 바카라을 알게 되었다. 구독자 100만명이 넘는 의학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의 우창윤 원장이 쓴 바카라이다. 제목에서부터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이어트라고 하면 으레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삶‘을 떠올린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먹고 싶은 걸 참고, 하기 싫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되는 거라고. 하지만 내분비내과 전문의로서 비만, 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을 오랫동안 진료해온 저자의 관점은 달랐다. 다이어트는 개인의 의지나 노력이 아니라, 삶의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
“나는 “더 참아보세요”, “더 열심히 하세요”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대신 식단Meal, 활동Mobility, 마음 관리Mentation라는 세 가지 축, 이른바 ‘3M’을 기준으로 각자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가장 먼저 무너진 축부터 쉽고 효율적으로 회복해 나가는 길을 제시한다.“ 특히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살 찌는 진짜 원인 중 하나라는 말은 괜히 위안이 되었다. 내가 못 살아서가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산 덕분에 뱃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잠이 부족해 몸이 피로한 상태에서는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하는데,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될 경우, 면역 체계를 교란해 염증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고 내장지방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바카라의 메시지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적게 먹는 것이 답은 아니다. 잠을 규칙적으로 자고, 먹는 순서를 바꾸고, 식후에 가벼운 움직임을 더하는 식으로 조금씩 몸을 가볍게 하는 생활 구조를 만들어갈 때 살 찌지 않는 몸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무조건 덜 먹으면 된다고 믿던 내게는, 마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처음 알게 된 것처럼 놀라운 전환이었다. 사실 “채소 먼저 먹어라”, “밥 먹고 계단이라도 걸어라” 아내가 종종 내게 해주던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대단한 조언으로 듣지 않았다. 너무 사소하고, 솔직히 귀찮아서 실천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원하는 삶을 사는 방법은 결국 사소해보이는 일상 생활의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람의 의지와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해야하는 일을 더 쉽고,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일상를 설계해야 한다. 만약 ‘글을 많이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열심히 써야지”하고 다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새벽 시간, 출퇴근 시간, 취침 전 1시간 등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을 생활 속에 배치해야 많이 쓸 수 있다. ‘근육질의 몸’을 만들고 싶다면 열심히 운동하는게 다가 아니라,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상 생활 패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몸도, 글도, 삶도 다 비슷하다.
내가 원하는 삶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는 삶’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도 벌어야 하고, 함께 하는 시간도 만들어야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의 바탕에는 결국 몸이 있다. 의사는 내게 어느날 갑자기 걷지 못해도 이상하지 않은 허리라고 말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당장 아프지 않으면 몸을 챙기는 일을 자꾸 미루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다르게 살아야할 것 같다.
몸을 가볍게 유지하는 식습관을 만들고, 규칙적인 수면 생활을 지키며, 몸의 근력과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활동을 일상의 루틴에 심어두려고 한다. 그것은 단순히 뱃살을 빼서 예쁘게 사진을 찍기 위한 것도, 살 찌지 않는 몸을 만들어서 건강을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다.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지키고 그 곁에서 행복하게 머물기 위한 간절함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