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의 결의

경계의 아이(境界の子) - 18화

by아이작 유

콰아아앙—!


메인 돔 중심부를 뒤흔들던 거대한 푸른 충격파가 마침내 서서히 수묵화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세호의 소멸과 함께 터져 나온 배 속 아이의 강력한 푸른 생체 파동은, 성준이라는 시스템의 사냥꾼을 데이터 찌꺼기로 분해해버렸을 뿐만 아니라 돔 주변을 사선 대형으로 둘러싸고 있던 중장갑 에이전트들의 연산 코어까지 완전히 동결시켜버렸다. 사방에 매달려 있던 수조 개의 광섬유 케이블이 백색으로 타들어가며 메마른 스파크를 튀겼고, 돔 내부를 메우고 있던 지독한 시스템 서리와 오존 냄새가 차츰 맑고 투명한 진공의 공기로 정화되어 갔다.


그러나 그 진공의 정적 속에서 찾아온 것은 승리의 찬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가슴을 짓눌러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드는, 지독하도록 비정한 실존의 절망이었다.


세호의 아바타가 소멸한 자리.


광장 바닥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 입 풀의 흙도, 한 방울의 피도 존재하지 않는 가상 세계였기에, 그곳에는 오직 세호가 마지막 순간까지 내뿜었던 숭고한 주황색 데이터 잔향만이 아지랑이처럼 슬프게 일렁이고 있을 뿐이었다.


"세호 씨… 세호 씨……!"


생체 안정대 위에서 마리가 거칠게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허공을 갈가리 찢을 듯 절박하게 떨려왔다. 세호의 손길이 마지막으로 스쳐 지나갔던 배 위에는 여전히 뜨거운 주황색 온기가 스며있었지만, 정작 그 온기를 건네준 사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 거짓말이야… 거짓말이라고 해줘요… 세호 씨, 어디 있는 거예요! 돌아온다고 했잖아… 같이 살아서 나가기로 했잖아요!"


마리의 입에서 핏빛 오열이 터져 나왔다. 가상의 눈물이 소리 없이 떨어져 배 위에 스며들 때마다, 아이의 푸른 맥동이 어머니의 극심한 비통함에 반응하며 요동쳤다. 마리의 망막 위로 현실 육체의 심박수 폭증과 뇌파 과부하를 알리는 붉은 에러 경고 창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CRITICAL WARNING: NEURAL OVERLOAD]


마리의 피부 표면이 픽셀 단위로 일렁이며 당장이라도 사분오열 깨어져나갈 듯 가혹한 균열을 일으켰다.

세호의 죽음은 단순한 가상 아바타의 소멸이 아니었다. 그 통증이 현실의 심장마비로 이어져 세호의 진짜 육체가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마리는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아득한 냉기를 통해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안 돼… 세호 씨 없이 나 혼자서… 저 아이를 어떻게…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또 모두가…"


마리는 자신의 가슴을 쥐어틀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죄바카라감과 절망이라는 거대한 맷돌이 그녀의 영혼을 가루로 짓깨부수고 있었다. 진, 벤 리, 사라, 블라인드, 그리고 세호까지. 가상 세계의 바닥에서 자신과 아이의 생명을 위해 피를 흘리며 소멸해 간 동료들의 잔상이 마리의 뇌세포를 잔인하게 가로질렀다. 그녀의 의식이 아득한 무(無)의 공백 속으로 가라앉으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탁—!


단단하고 온기 어린 누군가의 손길이 마리의 어깨를 강하게 감싸쥐었다.


"의식을 놓지 마세요, 마리 님!"


케어였다. 케어는 마리의 양 어깨를 부서뜨릴 듯 바짝 끌어당기며, 하얗게 질린 마리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케어의 눈동자 역시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 눈빛 깊은 곳에는 그 어떤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하고도 거룩한 수호자의 결의가 서려 있었다.


"케어 님… 세호 씨가… 세호 씨가 죽었어요…"


마리가 케어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오열했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보았습니다."


케어의 목소리가 낮게 일렁였다. 그러나 그녀의 음성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케어는 자신의 가슴에 결착되어 있던 긴급 의료용 바이탈 커넥터를 직접 떼어내어, 마리의 척추 라인 중앙에 망설임 없이 깊숙이 박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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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문제를 붙잡고, 시대의 생각과 마인드셋을 전한다. 질문, 실존에 대한 글을 써왔고, 최근 과학 에세이 <과학자의 사고법>을 썼다. 삼성에서 그룹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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