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의 공세.

칩을 넘어 생태계를 수출한다

byOOJOO

7월 27일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상하이 증권거래소 커촹반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8.66위안이었다. 첫날 종가는 49위안으로 465% 올랐고 시가총액은 약 3조2800억위안에 달했다. 중국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에 올랐고 당시 인텔의 시가총액도 넘어섰다. 그만큼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대한 기대와 투기적 열기가 함께 반영된 결과다. 투자된 자금은 생산라인 확충과 차세대 D램 연구에 투입되어 중국 반도체 굴기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중국이 육성하려는 전략 산업에 민간과 국유자본을 한꺼번에 끌어들이는 자금 동원 능력이다. 그런 CXMT는 이미 세계 4위 D램 업체다. 2026년 1분기 세계 D램 매출 점유율은 8%인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합계 점유율은 여전히 89%에 달한다. 기술과 규모의 격차도 남아 있다. 하지만, 앞서 상장으로 얻게 된 자금과 중국 공산당의 적극적인 지원 정바카라은 CXMT를 더 이상 평가절하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낸드플래시에서는 양쯔메모리(YMTC)가 뒤를 잇고 있다. YMTC의 모회사인 CCSH가 8월 21일 상하이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CCSH의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470억위안이었고 순이익은 334억위안에 달했다. 매출은 2025년 연간 매출의 약 74%였다. 순이익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 142억위안의 2.35배였다. 그런 YMTC는 2026년 2분기 낸드 출하량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올랐다. 점유율은 14%였다. 단, 매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5위로 고가의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보다 소비자 제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YMTC가 투자자들에게 2027년 말까지 세계 1위 낸드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 기업이 경계해야 할 것은 ‘내년 세계 1위’라는 의지보다 중국산 공급이 시장의 가격 기준을 바꿈으로서 한국 메모리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더해 샤오미가 8월 24일 공개한 XRING O3에 CXMT의 LPDDR6가 탑재될 것이라는 중국 매체의 보도가 발표되었다. CXMT는 3월부터 샘플을 공급했고 8월에는 검증 막바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미 CXMT의 메모리는 중국 스마트폰에 탑재되어왔지만 플래그십 모델에는 최고 성능의 메모리가 필요해 한국 메모리가 탑재되었다. 일례로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발표한 LPDDR6가 올 하반기 샤오미의 플래그십 단말기에 탑재될 예정인데 CXMT도 그만큼 따라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AI 인프라에서 가속기는 연산을 맡고 메모리는 작업공간을 제공하며, 낸드플래시는 모델과 데이터를 저장한다. 엔비디아의 GPU, SK하이닉스의 HBM,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가 그 역할이다. 그런데. 이 3개의 역할을 중국이 자립 중에 있는 것이다. 화웨이의 어센드와 CXMT의 D램과 YMTC의 낸드가 연결되면 중국은 AI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요 부품을 자국 기업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그 위에는 미국의 FM(Foundation Model)이 아닌 DeepSeek와 Qwen, 문샷 AI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의 모델이 올라간다. 스탠퍼드대 AI 인덱스는 2026년 3월 기준 미국과 중국의 최상위 모델 성능 격차가 2.7%까지 줄었다고 분석했다.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알리바바 Qwen의 파생 모델이 허깅페이스에서 10만 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중국이 공개하는 모델은 낮은 사용료와 자유로운 자체 구축을 앞세워 미국에서조차 확산되고 있다.


중국 모델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 속에서도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당 중심 체제가 가진 강한 정바카라 동원력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와 AI를 국가 전략으로 정하고 자금과 인재와 수요를 한 방향으로 집중했다. 여기에 거대한 내수시장과 치열한 기업 경쟁이 더해졌다. 초기 제품의 성능이 부족해도 실제 시장에서 반복해 사용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술과 서비스가 빠르게 개선됐다. 중국은 이렇게 개발한 저비용의 고성능 모델을 오픈웨이트로 공개했다. 세계 개발자들은 이를 내려받아 수정하고 다양한 파생 모델을 만들었다. 사용 사례가 늘면서 모델 최적화 경험과 개발 생태계도 함께 축적됐다.


이제 중국은 모델만 값싸게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화웨이의 가속기와 CXMT의 메모리와 YMTC의 저장장치에 클라우드와 개발도구를 묶어 AI 풀스택을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화웨이가 이집트 정부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제출한 제안은 이 전략을 잘 보여준다. 화웨이는 학습용 클라우드에 어센드 950 계열 1천408개를 공급하고 추론 클러스터에 600개를 추가하는 방안을 냈다. 군사와 감시 및 공공 부문 활용도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화웨이가 제안한 것이 반도체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와 학습·추론 환경을 하나로 묶어 제안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반도체 그 자체가 아니라 AI 풀스택을 수출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중국의 AI는 미국 기술의 수출 허가 장벽이 높거나 서구 기업의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린 신흥국에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고 데이터를 자국에 보관하고 운영한다는 데이터 주권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중국 기술에 대한 종속과 보안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감시 기술이 오남용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사실 미국은 중국의 AI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의 수출을 통제해 왔다. 우방국이 생산한 첨단 메모리의 중국 공급도 제한했다. 이는 중국의 최첨단 공정 개발과 AI 인프라 확장을 늦추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결과도 나타났다. 해외 제품을 원하는 만큼 구할 수 없게 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국산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내수시장은 자연스럽게 중국산 반도체의 보호시장이자 시험장이 됐다. 화웨이와 샤오미 및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이 초기 고객 역할을 맡았다. 반복적인 도입 과정에서 수율과 호환성과 운영 경험도 개선됐다. 이 과정에서 공산당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정바카라 지원이 마중물이 됐다. 국유자본은 단기 적자와 낮은 수율을 감수하며 장기간 자금을 공급했다. 풍부한 공학 인재와 완성품 제조 기반도 기술 자립의 속도를 높였다. 제재가 중국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다. 제재는 중국의 비용을 높인 동시에 국산 전환의 속도도 끌어올렸다.


물론 중국이 반도체 완전 자립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첨단 노광장비와 일부 제조장비에는 여전히 해외 의존이 남아 있다. EDA와 최첨단 파운드리 및 HBM의 대량 생산에서도 격차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중국의 기술을 평가절하해서도 안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더라도 자국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고 해외에 제안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최고의 기술만은 아니다. 충분한 성능과 낮은 가격을 갖춘 쓸 만한 대안도 시장 질서를 바꾼다. 이것이 현재 중국 반도체 굴기의 정확한 위치다.


한국은 중국의 기술 수준이 얼만큼 한국을 따라왔는냐에 대한 숫자보다 중국 기술이 글로벌 AI 시장에 주는 영향을 봐야 한다. 중국은 반도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 생태계 전반을 하나로 묶은 토탈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단일 부품이 아닌 완성품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진짜 위협은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이 화웨이의 NPU와 CXMT의 메모리, YMTC의 낸드플래시로 묶여서 중국의 데이터센터, 클라우드를 통해 미국 AI의 대안으로 전 세계에 공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기업과 사용자들은 AI 서비스의 국적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이고 편리함을 우선 가치로 여긴다. 그것을 중국산 AI 스택이 충족하기 시작하면 시장 질서는 바뀐다. 한국은 한 세대 앞선 칩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고객이 계속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과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2막은 기술 추격전이 아니라 AI의 기본 선택지를 바꾸려는 싸움이다.



[2027년 사업전략/AX를 위해 AI 시장 트렌드와 꼭 알아야 할 정보와 지식을 담은 바카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97780287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21581752


작가의 이전글AI 모델, 파라미터 이후의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