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다시 살아날까?
2026년 6월, 비트코인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6월 초 장중 6만 달러 선이 위협받으며 6만1000달러대까지 밀렸고 이는 202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때 12만 달러를 넘어 '디지털 금'의 서사를 다시 썼던 자산이 반년여 만에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주저앉은 셈이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사 스트래티지(Strategy)가 '절대 팔지 않는다'던 약속을 깨고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처분했고, 6월 12일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IPO로 시장의 돈을 빨아들였으며, 앤스로픽과 오픈AI의 상장까지 예고되면서 암호화폐에 머물던 자금이 AI와 우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2가지의 이유보다 더 큰 세번째 이유는 비트코인을 지탱하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원래 금리와 달러, 지정학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자산이다. 2024년 2월28일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바로 6만달러 중반대까지 밀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하락은 중동 리스크나 금리 우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비트코인 내부의 신뢰 균열과 외부 자본시장의 유동성 경쟁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6월15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소식과 SpaceX의 상장이 마무리되면서 6만6000달러까지 반등을 시도하긴 했지만 시장의 공포는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신뢰 균열의 진원지는 스트래티지였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이 회사는 오랫동안 '절대 팔지 않는다'는 상징 그 자체였다. 그런데, 6월 초 32개의 비트코인을 매도한 것이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이다. 물론, 이 물량은 전체 보유량에 비하면 미미했던데다 이후 다시 1,550개나 사들이며 보유량을 오히려 늘렸다. 그럼에도, 문제된 것은 매도를 했다는 선례였다. 배당과 재무 관리를 위해서라면 일부라도 팔 수 있다는 '균열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장에 보여준 것이다. 절대성이 무너지자 신뢰에 금이 갔다. 여기에 현물 ETF에서도 자금이 빠르게 이탈했다. 5월30일부터 열흘 넘게 순유출이 이어지며 30억 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ETF를 떠났다. 그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도 10% 이상 급락했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비트코인의 '경쟁 상대'가 달라졌다는 데 있다. 과거의 경쟁자가 금과 달러였다면 지금의 경쟁자는 AI와 우주산업이다. 6월 12일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X는 주당 135달러, 기업가치 1조7700억 달러로 약 750억 달러를 조달하며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성사시켰다. 상장 첫날 주가가 19%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은 한때 2조 달러를 넘어 미국 증시 상위 6위권까지 치고 올라갔다. 로켓과 스타링크, xAI 인프라, 우주 데이터센터를 한데 엮은 새로운 성장 서사가 시장을 사로잡은 결과다. 투자자에게 비트코인이 '미래의 화폐'라면 스페이스X는 '지구 너머의 꿈'이다. 여기에 앤스로픽과 오픈AI까지 상장을 준비하면서 암호화폐에 묶여 있던 자금이 AI와 우주로 흘러가는 흐름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하락의 본질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닌 '비트코인의 서사가 약해진 사이, 더 강한 서사를 가진 자산이 유동성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2020년대 초 투자자들은 탈중앙화 금융, 디지털 금, 무제한 통화정바카라에 맞서는 방어자산이라는 이야기에 열광했다. 2026년의 투자자들은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우주 인프라, 휴머노이드, 반도체라는 이야기에 더 크게 반응한다. 비트코인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장의 주인공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6만 달러 선이다. 하락세였던 시세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7만 달러를 넘어 반등한다면 일시적 조정으로 끝나겠지만, 이 언저리에 오래 머물면 시장 전반의 추가 압박이 커진다. 다른 하나는 AI IPO 이후의 자금 흐름이다. 스페이스X와 앤스로픽, 오픈AI가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 잡을수록 비트코인은 한동안 주변부에 머물 수 있다.
여기에 두 번째 변수를 더 얹어야 한다. 비트코인에 '제도적 바닥'을 깔아줄 수 있는 미국의 입법 움직임이다. 비트코인을 12만 달러까지 밀어 올렸던 이유는 자칭 '비트코인 대통령'이라 칭하던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국가 디지털 자산 비축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3월에 행정명령으로 20만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금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이후 7월에는 의회가 스테이블 코인 법안을 통과시키며 ETF 자금 유입이 이어지며 10월6일 12만6천달러로 정점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회 16명의 초당적인 발의자들이 '미국 준비자산 현대화법(ARMA·American Reserve Modernization Act, H.R. 8957)'을 5월 21일에 발의했다. 이 법안은 준비금에 들어간 비트코인을 최소 20년간 매각할 수 없도록 묶고, 분기마다 보유 현황을 공개 검증하는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 보고를 의무화한다. 사실 미국 정부는 이미 압수·몰수 등을 통해 약 32만8000개(약 254억 달러)의 비트코인을 쥔 세계 최대 국가 보유자다. 그런데, 이 법안에 '신규 매입'이 핵심이다. 이 법안에는 5년간 매년 20만 개씩 총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정부가 직접 사들이도록 기록되었다. 이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아 비트코인을 떠받칠 가장 강력한 제도적 호재가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2가지의 변수가 비트코인의 상승 동력에 핵심 변수다. 앞으로 새로운 가치와 서사로의 증명과 미국 의회의 제도적 지지가 맞물려야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그 신뢰의 핵심으로 AI와 우주산업이 '미래 인프라'라는 더 강력한 성장 서사를 들고 나온 지금, 비트코인은 '법정화폐의 대항마'라는 자리를 넘어 'AI 시대에도 왜 여전히 포트폴리오에 필요한 자산인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다시 10만 달러를 향하려면 디지털 금이라는 오래된 이름표만으로는 부족하다. AI 시대에도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자산이라는 새로운 설득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ARMA 같은 제도적 장치가 입법으로 매듭지어지면서 기관의 신뢰가 되살아나고 ETF로 자금이 돌아올 것이다. 만약 2026년 말까지 그 증명에 실패한다면 비트코인은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미래의 화폐'라는 왕좌를 AI와 우주에 내준 채, 한 시대를 풍미한 디지털 금이라는 빛바랜 이름표만 남긴채 조연으로 물러앉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 증명에 성공한다면 비트코인은 한 시절의 유행이 아니라 디지털 자본시장의 기축 자산으로 다시 호명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비트코인의 유동성을 빨아들인 바로 그 스페이스X가 1만8712개(약 13억 달러)의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금'으로 보유한 공개 기업 8위 규모의 비트코인 보유사라는 점이다. AI·우주 시대에 비트코인은 지구를 넘은 우주의 화폐로서 활용될 수 있을지 모른다. 결국 비트코인의 다음 서사를 결정하는 것은 가격의 등락이 아니다. '왜 여전히 이 자산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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