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 2인자들의 경쟁
한때 생성형 AI 산업은 ChatGPT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OpenAI는 생성형 AI를 세계적으로 처음 선보였고 놀랄만한 사용자수를 확보하며 AI 시대의 리딩 기업이었다. 최고 성능의 모델을 누구보다 앞서 발표하고 시장을 견인했다. 또한, 누구보다 먼저 GPTs를 공개하며 “누구나 자신만의 AI를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실제로 GPTs는 생성형 AI의 App Store 같은 개념이었다. 사용자들은 GPT 안에 프롬프트와 기능을 조합해 자신만의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고 OpenAI는 이를 통해 수많은 3rd party AI 서비스들을 ChatGPT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이는 마치 초창기 야후가 인터넷 포털이라는 개념을 먼저 장악하며 웹 생태계의 중심이 되려 했던 모습과 비슷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금 시장에서는 오히려 Anthropic이 더 영리하게 기업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최근 오픈한 Claude Managed Agents는 “에이전트 운영체제의 호스팅 서비스”로 업무에 필요로 하는 Agent의 역할과 도구만 정의하면 Claude가 대신 만들어줄 뿐 아니라 이 Agent가 안전하고 최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제반 시스템 모두를 제공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AI 모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AI 운영 환경”을 필요로 하는데 그 지점을 앤쓰로픽이 메꾸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단순히 챗봇 하나를 쓰는 것이 아니라 ERP, CRM, 메일, 문서, 데이터베이스, Slack, GitHub, 금융 시스템, 고객 상담 시스템과 연결된 수백 개의 Agent를 운영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보다 “AI를 얼마나 쉽게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가 된다. 이 지점에서 Anthropic은 상당히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Claude Managed Agents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업 시스템이 클라우드 환경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 AWS나 Azure 같은 환경에서 기업 데이터와 시스템이 정리되어 있을수록 Claude와 연결하기 쉽다. 실제로 Anthropic은 AWS 기반 Claude Platform을 강화하며 Managed Agents와 MCP, 코드 실행, 웹 검색, 파일 API 등을 통합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Anthropic은 단순히 AI 모델 회사가 아니라 “기업용 Agent 운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과거 구글이 단순 검색엔진을 넘어 광고,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데이터 플랫폼으로 확장하며 야후를 압도했던 흐름과도 닮아 있다.
최근 실제 매출 구조 변화에서도 이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OpenAI는 여전히 압도적인 소비자 브랜드다. ChatGPT는 AI의 대명사가 되었고 월간 사용자 수 역시 엄청나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Anthropic의 성장 속도가 OpenAI보다 훨씬 가파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poch AI 분석 에 따르면 Anthropic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최근 1년간 약 10배 수준으로 분석되며 OpenAI의 약 3.4배 성장률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Reuters 역시 2025년 초 연 매출 기준 OpenAI 60억 달러, Anthropic 10억 달러 수준이던 격차가 2026년 들어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Anthropic의 API 호출 기반 B2B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Claude Code와 Claude Managed Agents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실제 업무 시스템 안에 Claude를 넣기 시작하면서 토큰 호출량 자체가 급증하고 있다. Ramp의 AI Index에서는 Anthropic이 기업 AI 도입률에서 처음으로 OpenAI를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매우 상징적이다. OpenAI는 소비자 중심 트래픽이 강한 반면 Anthropic은 기업 업무 흐름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nthropic은 금융권 공략에 매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권 전용 Agent 템플릿 10종을 공개하며 KYC 심사, 피치북 작성, 회계 마감, 리서치 자동화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Anthropic은 PwC와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며 3만 명 이상의 컨설턴트들에게 Claude Code를 교육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제휴가 아니다. 컨설팅 회사가 Claude를 기반으로 고객사의 AI 전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결국 기업 AI 구축 시장에서 Anthropic은 단순 모델 공급자가 아니라 “기업 운영 파트너”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급격한 성장 때문에 Anthropic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도 받고 있다. Amazon은 Anthropic에 총 8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AWS를 중심으로 Claude를 확장 중이고 Google 역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TPU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Microsoft조차 Anthropic과 협력하며 Claude 모델을 Azure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Nvidia는 Blackwell과 Rubin 차세대 AI 인프라 최적화를 위해 Anthropic과 협력하고 있다. 결국 Anthropic은 AWS, Azure, Nvidia, Google이라는 AI 인프라 핵심 축들을 모두 연결하며 기업용 Agent 플랫폼의 표준이 되려 하고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5월에 스페이스X를 통해 300MW급 22만개 이상의 GPU를 갖춘 AI 데이터센터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반면 OpenAI는 최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OpenAI 역시 여전히 막대한 매출과 사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범용 AI 플랫폼” 전략에서 조금 더 다양한 방향으로 피봇팅하는 모습이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디바이스 전략이다. OpenAI는 최근 스마트폰과 AI 전용 디바이스 개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으며 로봇과 On-device AI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클라우드 API 회사로 남지 않겠다는 의미다. AI가 결국 사람의 손과 눈, 귀가 되는 Physical AI 시대로 이동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OpenAI는 Microsoft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 구조도 조정하고 있다. 최근 Microsoft와의 수익 공유 구조를 일부 재조정하며 Amazon, Google 등과의 협력 가능성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는 OpenAI 역시 Anthropic처럼 특정 클라우드 사업자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AI 플랫폼 기업이 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결국 지금 OpenAI와 Anthropic의 경쟁은 GPT-5.4, GPT-5.5, Image-2와 Claude Opus, Sonnet, Mithos 같은 모델 경쟁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할 뿐 실제 전쟁은 “누가 기업의 운영체제를 장악하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마치, 야후가 인터넷의 입구를 먼저 장악했지만 결국 검색 품질과 광고 운영체계, 개발자 생태계, 클라우드 플랫폼까지 장악한 구글에게 패배했던 것처럼 지금 AI 시장도 이를 닮았다. 앞으로 승부는 누가 더 많은 기업 시스템 안으로 깊게 침투하고, 누가 더 많은 Agent를 운영하며, 누가 더 쉽게 AI를 만들고 관리하게 해주느냐에서 결정될 것이다. 현재까지의 흐름만 놓고 본다면 Anthropic은 단순히 “좋은 AI 모델 회사”가 아니라 “기업용 AI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OpenAI는 소비자 AI를 넘어 로봇, 디바이스, On-device AI까지 포함하는 더 거대한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려 하고 있다.
야후와 구글의 경쟁이 단순 검색엔진 경쟁이 아니었던 것처럼 OpenAI와 Anthropic의 경쟁 역시 단순 AI 모델 경쟁이 아니다. 결국 미래의 디지털 운영체제와 플랫폼을 누가 장악하느냐의 싸움이다. 이를 위한 두 AI 전문 기업의 셈법과 파트너십도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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