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GPU처럼 이제 구리선→포토닉스

전기신호에서 광신로의 대전환

byOOJOO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데이터를 전기로 전달해왔다. 전화선, 이더넷 케이블, 데이터센터 내부의 수많은 인터커넥트까지 모든 것은 구리 기반 전기 신호 위에서 작동해왔다. 이 구조는 인터넷 혁명을 가능하게 했고 클라우드와 모바일 시대를 지탱한 핵심 기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특히 그 한계가 가장 먼저 강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AI 때문이다.


AI는 기존 IT 시스템과 달리 데이터를 끊임없이 읽고 쓰고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AI 에이전트 구조에서는 하나의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수십 번에서 많게는 수백 번에 이르는 내부 데이터 교환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병목은 GPU의 연산 능력이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가이다.


그런데, 기존의 전기 신호 기반 데이터 전송은 물리적 한계를 가진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전력 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그 전력의 상당 부분은 열로 전환된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연산에 사용하는 전력만큼이나 냉각에 들어가는 전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McKinsey 등의 보고서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중 냉각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효율 문제를 넘어 데이터센터의 입지, 전력 인프라, 심지어 국가 에너지 정바카라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확대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거리다. 전기신호를 실어 나르는 구리선은 신호 감쇠가 크기 때문에 거리가 길어질수록 신호 품질이 떨어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간 증폭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비용 증가뿐 아니라 시스템 복잡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 결국 전기 기반 네트워크는 빠르게 보낼수록 더 뜨거워지고 더 비싸지고 더 복잡해지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등장한 해답이 바로 빛, 즉 광통신이다.


광통신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95% 이상이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전달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오디오를 전송하는 수단으로 광 케이블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빛은 전기와 달리 거의 열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장거리에서도 신호 손실이 매우 적다. 또한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의 backbone은 이미 오래전부터 광으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내부는 달랐다. 서버 간, 칩 간 통신은 여전히 전기 신호에 의존해왔다. 짧은 거리에서는 전기가 더 저렴하고 구현이 간단했기 때문이다. 이 전제가 AI로 인해 깨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수천 개, 많게는 수만 개의 GPU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처럼 연결된다. 이때 성능을 결정하는 요소는 더 이상 GPU나 HBM에 있지 않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GPU와 메모리를 서로 연결해 데이터를 병목 없이 이동시키느냐가 핵심이 된다. 그 과정에 구리선보다 광 케이블의 효용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데이터센터 간 연결이나 랙과 랙 그리고 서버간 연결은 대부분 광으로 전환되었다. 이제 변화는 서버 내부와 더 나아가 칩 근처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기술이 실리콘 포토닉스와 CPO(Co-Packaged Optics)다. 엔비디아, Intel, Broadcom,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이 영역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실제, 엔비디아는 2026년 3월2일 루멘텀, 코히어런트 그리고 3월31일 마벨 테크놀로지에 각각 2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전기 신호를 가능한 한 빠르게 빛으로 변환해 전송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발열을 낮추며, 데이터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단, 중요한 것은 포토닉스를 단순히 “더 빠른 네트워크 기술”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AI 시대에서 포토닉스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확장성이다. AI 모델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이를 학습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GPU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묶어야 한다. 전기 기반 연결로는 이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 결국 포토닉스는 AI의 전력, 발열, 확장 한계를 동시에 해결하는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변화는 비즈니스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과거 데이터센터 경쟁이 “누가 더 많은 서버를 보유하고 있는가”였다면 이제는 “누가 더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더 낮은 전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이동시키는가”로 바뀌고 있다. 이는 곧 AI 인프라의 경쟁력이 단순한 하드웨어 스펙이 아니라 네트워크 아키텍처와 물리적 설계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디로 갈까? 빛이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계산까지 담당하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광 기반 행렬 연산, 즉 포토닉 컴퓨팅이 가능하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아직 초기 단계로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전기가 계산을 담당하고 빛이 연결을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현실적인 방향이다.


우리는 AI 모델과 서비스에 집중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구리선에서 빛으로의 전환은 CPU에서 GPU로, DRAM에서 HBM으로 전환한 것처럼 네트워크의 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간 인터넷이 세상을 바꿨던 것은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아래에 이를 지탱하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그와 유사한 변곡점에 서 있고 그 중심에 '빛의 혁명'이 있다.



❍ 작가의 2026년 IT/AI 트렌드 전망서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4580236


❍ 작가의 AI 리터러시를 정리한 사전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7569979


작가의 이전글같은 AI, 다른 출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