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비를 맞으며 보낸 예상 밖의 하루

by마그리뜨





언젠간 가보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빅토리아나 이과수처럼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젠간 가보겠거니 생각했다.


토론토 공항으로 도착해 이거 사서 가야지, 저거 사서 가야지, 생각하다가 결국 차를 픽업해서 2시간을 운전해 곧장 나이아가라로 쐈다. 공항에서 짐이 나오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려서, 원했던 것 만큼 여유로운 일정은 아니었다.


비가 내리는 저녁,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음 날 아침에도 나이아가라를 걸었다. 도착했을 땐 비 때문에 폭포가 보이느니 마느니 해서 저녁을 먹고 다시 나이아가라 산바카라길로 돌아 숙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오래 걸렸을 외출이 아니고 밥을 먹는 것이 목적이었는데도 많은 식당을 지나쳐 계속해서 걷다가 결국 그저 그런 식당에서 파스타를 대충 먹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이아가라를 지나 숙소로 돌아오는데 자그마치 네 시간이 넘게 걸렸다. 비에 흠뻑 젖은 채 정처없이 걸었다. 그래도 걷는 건 좋았다. 그나마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길엔 비가 그쳐서, 레이저쇼의 빛에 비춰지고 있는 폭포를 볼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티비는 켜보지도 못한 채, 소파에 앉아보지도 못한 채, 소파에 누워만 있다가 말그대로 녹초가 되어 씻고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나이아가라에는 나이아가라 말고는 할 것이 별로 없다. 나이아가라의 유명한 보트 투어도 아직 시즌이 아니라그저 폭포를 멀리서 바라보며 걷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그래도 뭘 봐야하긴 하고 더 가까이서 보고싶어 great falls 옆 편으로 작게 뚫려있는 동굴같은 곳에 입장료를 내고 가보았다. 입구에서 우비를 나눠주더니만, 엄청난 물살이 떨어지는 폭포 바로 앞에서 물을 홀딱 맞고 나왔다. 그래도 가까이서 보니 이 폭포가 왜 세계 3대 폭포인지, 얼마나 웅장한 스케일인지 와닿는다. 유량과 소리가 엄청나서 귀가 어지러웠고 저 밑에서 수영하면 압사하겠지 싶었다. 장관은 장관이다.


관광지라고 만들어놓은 큰 길, 클리프톤 힐은 어딘가 질이 낮은 라스베가스 스트립 느낌이 난다. 이왕 개발을 할 거라면 도시 계획을 좀 더 잘 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너무 일찍 조성된 탓인지 촌스럽기 그지없다. 너무 관광지스러워서 매력이 있게 느껴지지 않지만 밥을 먹을 데는 거기밖에 없기 때문에 매일 언덕을 오른다. 체크아웃 시간에 쫓기며 짐을 챙기고 나와 정신이 없이 먹은 다음 날 점심도 그저 그랬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마음에 드는 예쁜 자석을 찾지 못했지만 냉장고에 붙일 못생긴 자석을 하나 사본다. 2시간을 운전하고 다시 토론토에 돌아가야하니 스타벅스에서 우베라떼를 하나 마셔본다.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을까 싶은 나이아가라는 특별하고도, 동시에 아주 보통스럽게 느껴졌다. 폭포를 향하는 시선과, 촌스럽기 짝이 없는 거리와 계단들과, 우산을 쓰고도 흠뻑 젖어 걸었던 시간들과, 비좁은 따뜻한 침대와 쌀쌀한 아침 공기라던가, 새소리가 가득한 아침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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