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교육연구소 보고서 26-23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대중화는 인간의 일상적 삶과 학습 환경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이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대화형 AI 플랫폼을 보조 도구 혹은 주체적인 협업 도구로 활용하는 양상이 관측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기술이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온 상황 이면에는, 분별력과 주체적인 가치관을 확립하지 못한 채 전적으로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정답에 의존하는 무분별한 사용 방식이 심각한 슬롯적·교육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는 한창 체계적인 학습과 지적 단련을 통해 성장해야 할 학생들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인지적 왜곡이 학교 현장에서 보고된다. 기술의 도움 덕분에 학생들이 제출하는 에세이나 보고서, 코딩 결과물의 외형적 완성도는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물의 질적 상승이 학생의 실제적인 인지적 성장이나 지식의 내면화를 반영하는지는 과제물 자체만으로는 가려내기가 불가능해졌다.
과거의 표절 논의가 타인의 문장이나 아이디어를 그대로 복제하여 붙여넣는 법적·윤리적 기준의 '물리적 도용'에 집중했다면, 생성형 AI의 등장은 인간의 고유한 사유 과정 자체를 외부 기계에 완전히 양도하는 '인지적 표절(Cognitive Plagiarism)'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학업적 진정성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텍스트는 특정 원문을 그대로 복사하지 않기 때문에 표절 검색 엔진에도 감지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원문을 직접 도용하지 않았으므로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인지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는 표절을 지나치게 행위 중심으로 좁게 해석한 오류에서 비롯된다.
대학과 초·중·고교 현장 모두에서 학생 개인의 경험, 고유한 비판적 분석, 자기서사적 판단이 소거된 채 매끄럽고 유창하기만 한 '균질화된 텍스트'가 대량으로 생산되며 학업적 성장의 본질인 숙고와 시행착오의 기회가 급격히 잠식되고 있다.
학습자가 인지적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생성형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은 인지과학 분야에서 경고하는 '인지 성장 정체(Cognitive Stunting)'로 이어진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레베카 윈스럽(Rebecca Winthrop) 소장은 아동과 청소년이 비판적 사고, 논리적 분석, 작문 등의 기초 인지 역량을 스스로 구축하기 전에 생성형 AI를 광범위하게 사용함으로써 발달 과정 전반이 단절되는 구조적 위험을 지적하였다.
이 현상은 이미 형성된 능력을 도구에 잠시 위탁하는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이나 노화로 인한 '인지적 쇠퇴(Cognitive Decline)'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발달적 위기이다. 성인은 기계적 계산이나 구조화를 도구에 위임하더라도 내재화된 비판적 판단력이 작동하지만, 아동과 청소년은 생각하는 뼈대 자체를 만드는 단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스스로 머리를 쓰고 문제를 풀며 겪는 인지적 마찰과 노력이 결여되면 뇌의 인지적 성장이 정체 상태에 고착된다.
이와 같은 위기는 실증적인 데이터와 연구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에세이 작성시 뇌의 생리적 활성도를 정밀 분석한 뇌과학 연구는 ChatGPT를 사용하여 과제를 마친 집단이 스스로 생각하며 글을 쓴 집단에 비해 신경계의 신경 관여도와 활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는 인지 과정을 도구에 양도함으로써 비판적 탐구 역량이 크게 거세되고 기계가 제공하는 피상적인 관점만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됨을 보여준다. 또한 스스로 텍스트를 정독하며 분석하는 대신 생성형 AI가 즉각적으로 스캔하고 요약한 정보만을 소비하면서, 과제를 제출한 직후임에도 자신이 도출한 지식의 내용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디지털 기억상실(Digital Amnesia)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고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비단 인문학적 작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6년 션과 탬킨(Shen & Tamkin)이 발표한 논문 'How AI Impacts Skill Formation' (AI가 학습자의 실력 형성과 개념 이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개발 과정에서 개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 생성형 AI에 완전히 의존하여 코딩 과제를 마친 개발자들은 사후에 진행된 기본 개념 테스트에서 낙제 수준의 점수를 보였으며, 기계가 발생시킨 오류 코드의 구조를 스스로 분석하고 수정하는 역량을 전혀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한다. 즉, AI 도구의 과도한 의존이 당장의 생산성은 높여주지만, 장기적인 지식 습득과 문제 해결 능력을 저해하는 '유창성 착각(Fluency Illusion)'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Microsoft Research)와 카네기멜론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2025년 발표한 생성형 AI를 주 1회 이상 사용하는 지식 노동자 319명을 조사한 연구(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Critical Thinking)에 따르면, AI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인간의 비판적 사고와 인지적 노력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생성형 AI에 대한 신뢰 및 무분별한 의존도가 증가할수록 비판적으로 생각하려는 인간 지능의 주도적 노력이 반비례하여 감소한다는 엄밀한 역관계가 도출되었음을 보고한다. 이 연구는 AI의 성능과 답변을 과도하게 신뢰할수록 업무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를 덜 발휘하고 인지적 노력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반대로 본인의 직무 역량과 과업 수행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노동자일수록 AI의 답변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평가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생성형 AI 도입은 노동자의 역할을 직접적인 문제 해결자에서 'AI 응답을 검증하고 통합하며 작업을 관리하는 감독자' 형태로 바꾸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보편교육센터(CUE)가 주도하는 ‘교육 분야 AI 글로벌 태스크포스(Global Task Force on AI in Education)’ 의 설문조사(2026)는 더욱 경종을 울린다. 이 설문조사는 생성형 AI가 아동·청소년 교육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광범위한 글로벌 조사를 수행하였다. 이 태스크포스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 50개국의 교육 지도자, 기술 전문가, 교사, 학부모, 학생 등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초점집단면접(FGI)을 진행하고 400편 이상의 연구를 분석하여, 2026년 1월 최종 보고서 ‘AI 세계 속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방향: 번영, 준비, 보호(A New Direction for Students in an AI World: Prosper, Prepare, Protect)’를 발표하였다. 설문에 참여한 학생의 65%는 생성형 AI에 대한 반복적인 과의존이 종국적으로 본인들의 고유한 인지적 쇠퇴로 이어질 것임을 스스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현재 교육 환경에서 생성형 AI가 주는 이점보다 부작용과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AI의 무분별한 활용이 학생들의 주의력, 동기부여, 슬롯적 신뢰 관계, 주체성을 해치고 깊이 있게 사고하는 능력을 아웃소싱(외주화)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기술과 자본 접근성에 따라 국가 간, 지역 간 'AI 디지털 격차'가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태스크포스는 크게 다음의 네 가지 권고 사항을 제시한다. 첫째, 학생에게 정답을 곧바로 알려주는(Tell)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 과정을 깨우치도록 가르치는(Teach) 방향으로 AI 툴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 AI 교육 도구 개발 단계부터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슬롯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셋째,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교육 행정가 모두를 대상으로 균형 잡힌 AI 활용 및 윤리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극적인 참여 유도 알고리즘을 제한하고,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개인정보 보호를 보장할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교 학생의 약 50%가 이미 학업 과정을 그저 최소한의 에너지로 통과하려는 '방관자 모드(Passenger Mode)'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제한적인 생성형 AI 사용은 학생들이 이 수동성의 고리에 안주하도록 이끄는 강력한 부적 작용을 가한다. 이는 과거 스마트 패드가 보급된 이후 철자법이나 연필 쥐기, 자기 이름 적기 같은 기본 소양마저 약화되었던 디지털 퇴행 현상처럼, 고차원의 논리 전개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될 우려를 낳는다.
인공지능의 개입으로 인한 인지 과정의 교란은 필연적으로 교육 평가 제도의 신뢰성 상실을 야기한다. 과거 교육 체제가 작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작성해 낸 최종 레포트나 에세이를 학생 지적 역량의 정량적 지표(Proxy)로 신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원문 도용 기준을 정교하게 비껴간 완성형 글을 즉각 대량 생산하면서 전통적인 평가는 객관적 타당성을 유실하였다.
이에 현장 평가자들은 임기응변적 방편으로 AI 생성 여부를 판별하는 고도화된 감지(Detection) 소프트웨어의 정량적 수치에 기댔으나, 이는 현장의 더 큰 혼란을 야기했을 뿐이다.
통계적 문장 흐름을 기준으로 인공지능 작성률을 계측하는 감지 도구들은 정확도가 평균 80%를 하회하는 등 정량적 신뢰성을 담보하기에 역부족이다. 학생이 사소한 수식어를 덧붙이거나 어휘 몇 개를 유의어로 수정하는 구조적 우회 조치만 취해도 판정 엔진은 쉽사리 교란된다. 더욱 치명적인 위협은 생성형 AI 감지기가 언어 패턴의 규칙성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비원어민 학생이나 다문화 가정 학생, 혹은 지극히 표준적이고 정밀하며 군더더기 없는 문장 구조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정당한 학습 결과물이 생성형 AI 작성본으로 기각되는 위양성(False Positive) 판정 왜곡 사례가 실증적으로 누증되고 있다.
이는 정당하게 노력을 기울인 학생들을 억울하게 처벌하는 치명적인 공정성 논쟁을 촉발함으로써 평가 주체의 제도적 권위를 훼손한다. 따라서 텍스트 결과물만으로 성취도를 변별하려는 기존 체제는 한계에 도달했으며, 학습자가 자신의 생각을 완성하기까지 머물렀던 내밀한 인지 설계 과정 자체를 입증해 보이는 실시간 과정 평가로의 체제 전환이 유일한 극복 대안으로 대두하고 있다.
학생이 직접 지은 글이라 할지라도 생성형 AI가 출력해 준 뼈대에 자아를 비우고 가공한 '의사 지식'이라면, 이를 판별하기 위해 교육 평가는 지식의 직접적인 육성 인출 체제인 '구술성(Oracy)'의 역사적 맥락에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유창한 보고서를 손쉽게 도출했을지라도, 자신의 실존적 사유 구조와 논리적 숙고가 깃들지 않은 지식은 대면 질의응답 환경에서 한두 차례의 입체적 반론이나 후속 유도 질문을 거치는 즉시 이해력의 한계를 노출하고 붕괴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진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지적 제재가 아닌 교육 설계의 혁신으로 타개하고자 구술 평가와 사후 랜덤 모니터링 체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공과대학의 후이후이 치(Huihui Qi) 교수 연구팀은 국립과학재단(NSF)의 재정 지원을 받아 다년도 대형 공학전공과정에 대면구술시험(Oral Exam) 시스템을 도입하고 종단 연구를 실행하였다. 코로나 원격 수업 전환기와 생성형 AI 보급시기가 맞물려 지필 시험의 공정성이 크게 무너진 상황에서, 연구팀은 평가 체계를 혁신하여 학생 1명당 약 10분에서 15분의 시간이 주어지는 정교한 대면 질의 표준화 프로토콜을 도입했다.
이 구술 시험 도입 프로젝트가 지닌 교육적 효과는 확실한 정량 지표로 입증되었다.
학업 성취도의 실질적 도약: 교수진이 직접 참관하여 논리 구성 방식을 점검한 구술 평가 집단은, 후속으로 전개된 표준 지필 중간고사 성적이 대조군 및 미시행 집단에 비해 평균 14% 상승하는 폭발적 향상을 기록했다. 반면 조교가 보조적으로 구술을 평가한 집단은 3% 향상에 머물렀으며, 구술 평가를 치르지 않은 학생 집단은 학업 성취 수준의 변화가 미미했다.
심층적 메타인지 형성 유도: 지필 평가는 사전에 암기된 모범 구조와 단편 지식의 서술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한 구조적 허점을 지닌다. 반면 구술 평가는 교수자가 "왜 이 공식을 유도했는가", "다음 단계의 변형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와 같은 깊이 있는 질문을 유동적으로 가하므로, 단순 기계적 암기가 완전히 우회된다. 학생들은 "공식을 외우는 차원을 넘어 내 언어로 설계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하므로 공부의 깊이와 성찰의 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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