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당근 같은 걸 진작에 개발했으면 진짜 돈 엄청 많이 벌었겠지?"
어느 날 둘째 딸이 눈을 반짝이며 던진 한마디에 빵 터지고 말았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자신이 쓰던 물건이나 필요해진 물건을 망설임 없이 애플리케이션에 올리고,
또 필요한 것은 중고로 손쉽게 사들인다.
물건을 비우고 채우는 감각이 어찌나 경쾌하고 깔끔한지 모른다.
아직도 나는 집에 있는 물건에 지독한 미련을 못 버려 쌓아 두기 일쑤고,
정 처분해야 할 때도
'내가 쓰던 건데 돈을 받기보다 그냥 아는 사람 나눠주지 뭐' 하고 마는데 말이다.
세대의 차이란 이런 걸까.
물건을 사고파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조잘거렸다.
"생각해 보면 당근 만든 사람은 시스템만 만들어 두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데 돈을 엄청 벌잖아. 되게 간단한 원리인데, 내가 진작 개발할 걸 그랬어."
아이가 던진 철부지 같은 아쉬움 속에, 세상을 관찰하는 예리한 시선이 담겨 있어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그런데 세상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그런 아이디어가 천지일걸?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잘 봐봐. 분명 제2의 당근 같은 아이템이 있을 테니까."
내 말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푹 한숨을 쉬며 엄살을 부렸다.
"그런데 나는 왜 항상 다 지나고 난 다음에야 '아, 그거 좋은 생각이었는데!' 하고 떠오르는지 몰라."
"처음부터 완벽하게 떠오르는 생각은 없어. 실패하든 뒷북을 치든 자꾸 세상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남들이 못 본 진짜 좋은 아이디어가 번쩍하고 떠오를 거야."
'지나고 나서야 생각이 난다'며 속상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대견했다.
지나간 일에서 아쉬움을 느낀다는 건,
이미 세상의 흐름을 읽고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뜻일 테니까.
언젠가 아이가 정말로 세상을 바꿀 멋진 아이디어를 반짝여낼지,
아니면 그저 어릴 적의 기분 좋은 해프닝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남들이 지나치는 일상에서 원리를 발견하고,
지나간 아쉬움 속에서 다음을 기약하는 그 말랑말랑한 사고만큼은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