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우아하게

by재인

우아.

세련.


나의 추구미.


돌이켜보면 삶의 순간들도 그런 것 같다.


즐겁고 요란하며 빛나던 순간에는 그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진짜 그릇이 보이기 마련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당장의 탄성을 자아낼지언정,

기나긴 여운을 남기지는 못한다.

진짜 세련된 것들은 늘 소란스럽지 않고 은근하며,

뒤돌아섰을 때 비로소 잔상이 진해지는 법이다.


내가 바라는 삶이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고,

근사한 클래식을 듣는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들은 그런 게 아니니까.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자극적인 후렴구보다,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 한구석을 저릿하게 만드는 음악.

처음에는 아무런 감흥 없이 스쳐 지나갔던 멜로디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스며듦으로 다가오는 그런 마법 같은 것.


단숨에 읽히고 휘발되는 직관적인 문장보다는,

한 줄 한 줄 꾹꾹 눌러 담은 진심이 시간이 흐른 뒤 문득 떠올라 피식 웃음 짓게 하거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글.

바카라장을 덮은 지 한참이 지났어도 여전히 문장 속 숨겨진 여백에서 나만의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는 그런 글들.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났을 때 모든 것을 쏟아내어 금방 밑바닥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겹겹이 쌓아 올린 시간의 결만큼이나 곁에 오래 머물수록 새로운 결이 발견되는 사람.

나 역시 누군가의 삶에 그런 온도로 스며들고 싶었다.

화려한 수사나 계산된 연출 없이도,

담백한 진심 하나만으로 오래도록 두고두고 꺼내어 읽고 싶은 한 권의 바카라 같은 사람으로.


오늘도 닳고 닳은 일상의 틈새에서,

묵묵히 나만의 깊이를 다져본다.

조금 더 느리게 걷더라도 마침내 닿는 그곳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가장 오래 남는 다정한 여운이 될 수 있도록.

keyword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재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은 언제나 명랑하게, 마음은 언제나 진심으로. 완벽하지 않은 삶을 긍정하며, 제가 겪는 성장과 불안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을 글로 옮깁니다. 다정한 문장을 채워갑니다.

5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4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첫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