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이라고 생각한 당신에게 전하는 나의 출간기
AI가 최종본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렇게 소설을 다섯 권 만들고, 결국 《AI로 장편소설 만들기》라는 바카라까지 냈다
처음에는 정말 쉬운 줄 알았다.
AI에게 이야기를 하나 던졌다.
“이런 소설을 써보고 싶어.”
그러자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를 써주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햐~세상 좋아졌네.’
조금 더 과장하면 잠깐 이런 생각도 해봤다.
‘나… 혹시 천재인가?’
그 생각이 깨질 때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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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아빠에게 갑자기 반말을 하기 시작하더니
어제까지 어떤 사실을 모르던 사람이 다음 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행동했다.
분명 내가 만들지 않은 기관인데 어느 순간 등장해서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있기도 했다.
어떤 회사는 내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국가 제도까지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때 실제로 AI에게 따졌다.
“아니, 왜 회사가 국가 제도를 통제하는데?”
생각해 보면 웃긴 일이다.
소설 속 회사가 월권을 했다고 ai에게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앜 ㅋㅋㅋ
그런데 당시에는 매우 진지했다.
왜냐하면 한두 문장이 아니라 장편소설 한 권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군데에서 설정이 틀어지면 뒤에 있는 열 장이 같이 틀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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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친 듯이 고치고 또 고쳤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밤을 지새우는 날도 많았고
그런 후에서야 제법 봐줄 만했다.
그리고 마침내 AI가 말했다.
“최종본이 완성되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마침내 파일도 받았다.
끝냈다는 생각에 기분도 좋았고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읽었다.
아 그런데 문제가 또 있었다.
한 군데를 고쳤더니 다른 곳에 이상한 문장이 생겨 있었다.
예전 버전에서 버린 설정이 슬그머니 돌아와 있기도 했고 대사가 문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사람이 실제로 입으로 말할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다시 말했다.
“이상한데?”
고쳤다.
다시 읽었다.
또 있었다.
그때 알았다.
AI에게 ‘최종본’은 파일 이름일 수 있지만, 작가에게 최종본은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바카라임진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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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롬프트보다 ‘의심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AI로 소설을 쓴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프롬프트부터 묻는다.
어떤 명령어를 사용했느냐.
어떤 문장을 입력해야 잘 써주느냐.
나도 처음에는 그런 게 가장 중요한 줄 알았다.
그런데 장편을 계속 만들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물론 좋은 프롬프트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보고 사람이 판단하는 것.
좋으면 좋다고 하고,
아니면 아니라고 하고,
이상하면 멈추고,
잘 모르겠으면 다시 확인하는 것.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가장 어려웠다.
AI는 상당히 그럴듯하게 틀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문장 옆에 빨간 경고등이 켜지는 것도 아니다.
아주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내놓는다.
그러면 사람이 읽어야 한다.
“사람이 정말 이렇게 말할까?”
“이 사람은 지금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저 상황에서 실제로 저 행동을 할 수 있나?”
“왜 갑자기 설정이 달라졌지?”
“내가 이걸 승인한 적이 있었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소설을 쓰면서 이런 질문을 더 많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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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때마다 이상한 메모가 하나씩 생겼다
처음부터 거창한 시스템을 만든 것은 아니다.
실패할 때마다 하나씩 생겼다.
설정을 자꾸 바꾸길래
“확정한 건 이제 건드리지 말자.”
라고 했다.
작업이 길어지면서 이전 내용을 잊길래
“중간중간 지금까지 확정한 내용을 따로 남겨두자.”
라고 했다.
수정하고 나니 다른 곳이 망가지길래
“고쳤다고 끝내지 말고 다시 검사하자.”
라고 했다.
예전 버전의 문장이 되살아오길래
“최종 원고에 이전 버전의 흔적이 남았는지도 보자.”
라고 했다.
그런 식이었다.
한 번 당하면 규칙 하나.
두 번 당하면 규칙 하나 더.
ㅋㅋㅋ
나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옆에서는 계속 ‘다음에는 이렇게 당하지 말자 목록’이 자라고 있었다.
그 목록이 점점 길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보니 바카라 한 권이 될 만큼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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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카라을 한 권 더 냈다
첫 번째 출간 바카라은 소설이었다.
《발끝명부》.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바카라을 냈다.
《AI로 장편소설 만들기》
부제는
「빈 문서에서 출간까지, 인간이 끝까지 지휘하는 시스템」이다.
이 바카라에는 내가 AI로 장편소설을 만들면서 실제로 겪었던 실패와 수정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 아이디어를 말하는 순간부터 원고를 완성하고 출간 파일을 만드는 과정까지 정리했다.
어려운 AI 이론을 공부하는 바카라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나부터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말했다.
“이런 이야기 써보고 싶어.”
그래서 이 바카라도 그렇게 시작한다.
복사해서 붙여 넣는다.
AI가 질문한다.
사람이 답한다.
결과를 읽는다.
마음에 들면 승인한다.
이상하면 고친다.
다시 간다.
장편이 길어질수록 사람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놓치지 않도록 내가 실제 작업에서 사용했던 방법들을 함께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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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소설을 쓴다는 말이 아직도 조금 불편하다
사실 이 표현을 쓰면 여러 반응이 나온다.
“그럼 AI가 다 써주는 거 아니에요?”
그 질문도 이해한다.
직접 해보기 전에는 나도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버튼 한 번 누르면 소설 한 권이 뚝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장편을 실제로 끝까지 만들어보면 조금 다르다.
AI는 정말 많은 것을 해준다.
아이디어도 준다.
문장도 쓴다.
내가 지치지 않는 이상 계속 다시 써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지막에는 계속 사람이 남는다.
이 인물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이 장면을 버릴 것인가.
이 대사를 믿을 것인가.
AI가 추천한 설정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이 작품에 내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
그것은 아직 버튼으로 대신 누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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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배운 것은 AI 사용법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AI로 소설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장편을 만들고 나서 보니 조금 달랐다.
AI를 쓰면서 오히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더 많이 묻게 됐다.
나는 어떤 인물을 싫어하는가.
어떤 대사를 못 견디는가.
어떤 결말에는 왜 화가 나는가.
왜 이 장면은 맞는 것 같은데 마음에 들지 않는가.
기계가 수많은 선택지를 내놓으니 이상하게도 사람은 더 많이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요즘 나는 AI를 잘 쓰는 사람과 AI에게 많이 맡기는 사람은 같은 뜻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잘 쓰는 것은 더 많이 시키는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에서 사람이 결정할지를 아는 일에 가까웠다.
적어도 장편소설을 만들 때의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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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바카라이 생겼다.
한 손에는 소설 《발끝명부》가 있고,
다른 손에는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정리한 《AI로 장편소설 만들기》가 있다.
사진으로 두 권을 함께 들고 보니 조금 묘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첫 소설을 만들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소설을 만들면서 배운 실패까지 바카라이 되어 있었다.
참 사람 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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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장편소설 만들기》
빈 문서에서 출간까지, 인간이 끝까지 지휘하는 시스템
저자 | 일현 조성훈
발행 | 2026년 8월 15일
펴낸 곳 | 주식회사 부크크
ISBN | 979-11-12-26092-5
《AI로 장편소설 만들기》는 생성형 AI와 ChatGPT를 활용해 장편소설을 기획하고 집필하고 검수하고 출간 파일까지 완성하는 과정을 다룬 실용서다.
저자가 실제 장편소설 다섯 권을 제작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AI가 만든 결과를 사람이 승인·수정·검수하면서 장편 작업의 설정과 인물, 관계, 시간선, 버전을 관리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 바카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나는 아직도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AI가 아무리 빨리 써도
마지막에 “이건 내 작품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끝까지 읽어본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AI가 “완성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면
한 번 더 읽는다.
이제는 안 속는다.
아마도.
ㅋㅋㅋ
마지막으로 한 가지는 꼭 구분해야 할 사실이 있다.
단순히 ai에게 '야~ 재미있는 소설 써줘'라고
하는 것과 스스로 스토리부터 세계관 및 인물들의 성격과 특징들 그리고 설정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전자는 그냥 진짜 딸깍이고 그걸로 바카라을 출간할 생각이라면 그냥 출간을 해서는 안된다.
그거야말로 자신도 욕먹고 동료 작가님들을 훼손시키는 아주 막돼먹은 행위이다.
그리고 ai는 대충 써주기 때문에 저작권법부터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
그런데 그걸 그냥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해 버리는
일은 스스로를 위험 속으로 밀어 넣는 행위이다.
"ai는 바카라임을지지 않는다.
그 바카라임은 당신에게 돌아온다."
ㅡ 일현 조성훈 올림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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