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돌아 도착한 출간 작가의 자리
[바카라이 도착했다.]
수없이 들여다본 표지가 종이 위에 인쇄되어 있었다. 화면 속 파일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한 권의 바카라이었다.
《발끝명부》
내 이름도 표지 아래에 적혀 있었다.
일현 조성훈.
오랫동안 바라던 순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기쁨보다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정말 독자에게 값을 받고 건넬 만한 작품일까.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출간 전까지는 문제가 보이면 다시 고칠 수 있었다. 그러나 바카라이 된 순간부터 작품은 내 손을 떠난다. 이제는 독자가 읽고 판단할 차례였다.
그제야 실감했다.
나는 정말 작가가 되었다.
[애 늙은이라 불리던 아이]
나는 어린 시절부터 글과 사색을 좋아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남들보다 일찍 철이 들어야 했다. 동네 어르신들은 나를 볼 때마다 ‘애 늙은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인생의 풍파를 일찍 경험한 탓인지 무슨 일을 하든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갔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든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첫 번째 선택은 무역선 항해사였다.
주로 동남아 항로를 오가며 망망대해를 누볐고, 산업기능요원으로 3년간 군 복무를 대신했다.
선상에서의 하루는 길었다.
항구에서 다음 항구까지 가는 시간도 길었다. 바다는 넓었고 사람은 적었다. 자연스럽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당시에는 그 시간이 외롭고 고단하게만 느껴졌다.
지금 돌아보면 일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글을 생각하기에 그보다 좋은 시절도 없었던 것 같다.
끝이 없을 것 같던 20대는 속절없이 흘렀다.
돈이 모이는가 싶으면 어디론가 흩어졌고, 삶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20대 후반에는 해양수산부 공무원으로 임용되었다. 이후 해양경찰공무원 생활로 이어졌지만, 나에게 주어진 운명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바다를 떠나 육지로]
결국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들었다.
여행사 가이드였다.
항해사와 공무원 시절에도 대부분 선상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여행사 가이드는 내 인생에서 본격적인 육지 생활의 시작과도 같았다.
전국을 누비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같은 장소를 보고도 사람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작은 친절 하나를 오래 기억했고, 누군가는 충분히 가진 뒤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사람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감정을 품으며, 결국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 경험들은 훗날 내가 소설 속 인물을 만들고 인간의 욕망을 바라보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가이드로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여행사 상무이사 자리까지 올라갔다.
이제 조금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때, 코로나가 모든 것을 멈춰 세웠다.
여행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동안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각자도생.
말 그대로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 바카라임져줄 수 없었다.
먹고살 방법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중, 내 눈에 한 줄기 빛처럼 들어온 것이 있었다.
AI였다.
[다시 길을 찾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AI를 독학했다.
누가 정해준 길을 따라간 것이 아니었다.
직접 사용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했다. 무엇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원인을 찾아 또 실험했다.
그렇게 활용 능력을 쌓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내가 가진 경험과 AI 기술을 결합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작가들을 돕는 일에도 나섰다.
그 과정에서 많은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 안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욕망이 다시 깨어났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었다.
작가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온라인카지노스토리에 도전했다.
온라인카지노스토리는 내부 심사를 통과해야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이자 나의 스승인 소위 김하진 작가님의 글쓰기 지도를 받았다.
세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작가 승인을 받았다.
처음에는 AI와 관련된 연구와 실전 경험을 주로 썼다.
직접 활용하며 발견한 가능성과 한계를 글로 정리하는 일은 즐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풀리지 않는 갈증이 생겼다.
출간 작가가 되고 싶었다.
[첫 장편소설에 도전하다]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AI 활용이었다.
AI를 활용해 장편소설 한 권을 완성할 수 있을까.
그 호기심이 나의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평범하게 정해진 길보다 아직 답이 없는 길에 더 끌렸던 것 같다.
물론 망설임도 있었다.
AI로 소설을 썼다고 하면 사람들은 쉽게 말할 수 있다.
“그거 그냥 딸깍하면 나오는 것 아니야?”
하지만 AI에게 “재미있는 소설을 써줘”라고 요청하는 것과, 사람이 세계관과 사건 구조, 등장인물의 성격과 욕망, 감정과 행동, 결말을 설계한 뒤 수없이 검토하고 다시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작업이다.
AI는 문장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인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욕망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결과를 어디까지 바카라임지게 할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특히 장편소설은 전적으로 맡겨둘 수 없었다.
인물의 성격이 갑자기 달라지고, 이미 끝난 사건이 다시 등장하고, 세계관의 규칙과 인과관계가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다.
매끄럽고 잘 정돈된 문장을 그대로 두면 모든 인물이 비슷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AI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문장을 무조건 자르고 설명을 지우면, 소설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대본처럼 메말라버렸다.
AI 티를 없애는 것과 인간적인 글을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인간의 끊임없는 판단과 개입이었다.
[완성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나는 작품의 세계관과 인물, 사건과 결말을 설계하고 AI를 집필 도구로 활용했다.
그 뒤부터는 끝없는 편집이 시작됐다.
대사가 실제 사람의 말처럼 들리는지 확인했다.
인물의 감정이 설명으로만 적혀 있지는 않은지 살폈다.
수사와 법률 절차에 오류가 없는지도 검토했다.
앞에서 던진 단서가 뒤에서 제대로 회수되는지 확인했다.
등장인물의 선택에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가 남는지도 다시 살폈다.
완성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원고를 다시 열었다.
묻고, 평가하고, 고쳤다.
문장을 수정하면 감정이 사라졌고, 감정을 보강하면 설명이 늘어났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만들면 사건의 속도가 느려졌고, 사건을 빠르게 진행하면 인물이 기능적으로 보였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원고가 완성된 뒤에도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바카라의 판형과 여백, 글꼴과 문단, 목차와 페이지, 판권지를 정리했다.
한 편의 이야기를 쓰는 것과 독자가 읽을 수 있는 바카라 한 권을 만드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다.
[승인을 받고도 멈췄다]
원고는 출판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나는 최종 입점을 스스로 보류했다.
심사를 통과했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원고에 남아 있는 AI 특유의 흔적이 계속 눈에 밟혔다.
그대로 출간하는 것은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독자는 바카라값만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시간까지 작품에 내어준다.
그 시간을 가볍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완성했다고 생각했던 원고를 다시 열었다.
대사와 감정선을 전면적으로 손봤다.
정형적인 표현을 인물의 행동과 시선, 손짓과 신체 반응으로 바꿨다.
인물들이 작가가 정한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상처와 욕망을 가진 사람처럼 움직이도록 다시 고쳤다.
출간을 포기하려 했던 순간도 있었다.
부크크에서는 최종 파일을 영업시간 안에 제출해 달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나는 차라리 취소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제출 시간을 그날 자정까지로 연장해 주었다.
작업은 마지막까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자정을 불과 5분 남겨둔 오후 11시 55분.
마침내 최종 파일을 전송했다.
작품 속에서 또셈은 사람에게 남은 마지막 걸음을 센다.
그날 현실에서 나는 자정까지 남은 시간을 세고 있었다.
《발끝명부》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남아 있던 마지막 한 걸음은 결국 작가인 내가 직접 걸었다.
[숫자가 아니라 이름을]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장편소설 《발끝명부》다.
사람의 신발 밑창에 남은 흔적을 통해 마지막 걸음을 읽는 신발 복원사 이서우.
죽은 사람의 신발에서 발견되는 검은 실과 다음 희생자의 이름.
사람이 남긴 걸음을 사고파는 장부.
죽음을 미루려는 권력자들.
그리고 남은 걸음을 숫자로 세는 작은 존재 또셈.
개인의 오래된 선택에서 시작된 사건은 타인의 죽음을 거래하는 도시 시스템으로 확대된다.
이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질문은 하나였다.
살고 싶다는 욕망은 어디까지 타인의 죽음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결과를 먼저 본다.
누가 살아남았는지, 누가 성공했는지, 얼마나 많은 숫자를 만들어냈는지를 본다.
그러나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누구의 이름이 지워졌는지는 쉽게 보지 않는다.
그래서 《발끝명부》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이번에는 숫자가 아니라 이름을 따라갔다.”
[모든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바카라을 냈다고 모든 문이 한꺼번에 열리지는 않았다.
출간 과정을 직접 글로 써서 오마이뉴스에 보냈지만 정식 기사로 채택되지 않고 ‘생나무’로 남았다.
처음에는 아쉬웠다.
내가 살아온 삶과 생각을 직접 담아 쓴 글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첫 바카라이 세상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겪은 하나의 경험이었다.
어떤 문은 열렸고, 어떤 문 앞에서는 다시 멈춰야 했다.
한 곳에서 채택되지 않았다고 그 글과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 이곳에 쓴다.
바카라을 쓰는 일도, 글을 세상에 보내는 일도 결국 비슷한 것인지 모른다.
쓰고,
보내고,
거절당하고,
다시 고치고,
다른 길을 찾아 걷는 것.
[나는 결국 작가가 되었다]
나는 무역선 항해사였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고, 해양경찰공무원이었으며, 여행사 가이드로 시작해 상무이사까지 일했다.
코로나로 길을 잃은 뒤에는 AI를 독학했다.
그리고 오래전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작가의 길을 다시 꺼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한 권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완벽해서 출간한 것은 아니다.
부족한 부분을 외면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바카라임지고 고친 뒤 독자의 판단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출간했다.
바카라을 손에 든 지금도 두렵다.
독자가 어떻게 읽을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부족하다고 말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오래 돌아왔지만 결국 이 자리에 도착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아이는 바다를 건너고, 수많은 직업과 실패를 지나 마침내 자신의 이름이 적힌 바카라을 손에 들었다.
나는 결국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다음 문장을 향해 걸어간다.
▶발끝명부 공식 홈페이지
https://astounding-dango-60b3d0.netlify.app/
▶발끝명부 공식정보 백과사전
https://m.blog.naver.com/say3589/224363408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