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결과보다 끝내 이해하지 못한 이유를 오래 기억합니다.
왜 어떤 일은 끝났는데도 계속 마음에 남을까?
살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합니다.
큰 실패는 의외로 금방 잊힙니다.
돈을 잃은 일도,
시험에 떨어진 일도,
사업이 잘 안 됐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흐려집니다.
그런데 어떤 일은 이상할 만큼 오래 남습니다.
사소한 일인데도 계속 생각이 납니다.
'왜 아직도 이게 떠오르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저도 최근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습니다.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은
그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유'였습니다.
왜 그런 선택이 이루어졌는지.
왜 그 기준이 적용됐는지.
왜 그 결론이 나왔는지.
사건은 이미 끝났는데,
마음속 질문은 끝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결과를 오래 기억하는 존재가 아니라,
납득되지 않은 이유를 오래 기억하는 존재가 아닐까.
우리가 잊지 못하는 대부분의 일은
결과 때문이 아닙니다.
'왜?'
이 질문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
헤어진 사람을 잊지 못하는 것도,
온라인 게임에서 억울했던 일을 계속 떠올리는 것도,
친구와 멀어진 이유를 계속 생각하는 것도,
결국은 같은 구조인지 모릅니다.
결과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사람은 설명을 원합니다.
정답이 아니라,
납득을 원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한마디 설명만으로도
몇 년 동안 품고 있던 마음이
순간 풀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납득되지 않은 일은
마음속에서 계속 현재형으로 남아 있습니다.
---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시간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납득이 해결합니다.
시간은 흘러갈 뿐입니다.
마음을 떠나보내는 것은
결국 이해입니다.
---
어쩌면 우리는
사건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끝내 이해하지 못한 이유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 남아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사건을 다시 떠올리기보다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요.
'나는 아직 무엇을 이해하지 못한 걸까?'
BSBKTV 창작자 리포트
글: 일현 조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