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것은 어떤 만족감이나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자유롭고 평온하며 우아한 삶을 위한 일이다. - 도미니크 로로, <심플한 정리법> 중에서
말로만 듣던 갱년기의 터널을 지나가는 중이다. 아침 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난 덥다. 가슴속에 불구덩이가 살아 있어 낮이고, 밤이고 활활 타오른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보다는 몸 전체가 더워 곤란하다. 벌써 겨울 옷을 꺼내 입고, 손난로를 꺼내드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어찌 된 일인지 계속 덥기만 하니 말이다.
덥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다 보니 모든 것들이 무겁고 버겁다. 쓸데없는 것들을 왜 이리 많이 사들였는지 눈에 거슬리는 것들 투성이다. 공간에 빈틈이 없으니, 생각으로 꽉 들어찬 머릿속도 복잡하고, 답답하다. 일상이 무거운 탓인지 불쑥 화를 내는 일도 잦아졌다. 나의 중년은 누구보다 우아하고, 평온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는 게 없어 속상하다.
뭐라도 해보면 화를 덜 내지 않을까, 덜 더워하지 않을까 싶어 뭐든 덜어내 보기로 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생각과 감정이든 그게 무엇이든 나를 덥고 무겁게 만드는 것으로부터 떠나보려 한다. 언제나 자유롭고 싶었지만, 단 한 번도 자유롭지 않았던 인생이었다. 아무리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도, 아직 폐경되진 않았으니 본 게임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내겐 시간이 있다. 기회가 있다.
오늘부터 연말까지 과하지 않지만, 스스로는 만족스럽게 비움의 여정을 가보려 한다. 두 달 좀 넘게 남은 한 해를 의미 있게 보내고,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고 싶다. 덜어낼수록, 어두침침한 곳에 묵히고, 가려져 있던 진짜 내 모습이 빛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억하자. 버리는 것은 더 자유롭고 평온하며 우아한 삶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불안해서 붙여둔 전단지나 안내문을 다 떼어내 버리겠다. 사무실 바카라상 주변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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