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에 보호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잘못 먹은 강아지가 찾아왔다. 동료와 대화하다가 동료 선생님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정신질환을 솔직하게 말하진 못했지만 나 또한 강아지가 떠났을 때 항우울제를 먹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나는 나를 제외하고 나와 조금이라도 대화해본 이가 약을 먹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처음이라 꽤 놀랐는데, 정신질환이 있다는 건, 그리고 약을 먹는다는 건 숨기고 싶었던 나의 약점이기도 해서 내가 약을 먹는다고 고백한 일은 나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는 누군가와 이런 대화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대화가 필요했던 것도 같다. 병원에 갈 때마다 나 말고도 약을 먹는 이들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지만 실감이 나진 않았다. 누구나 자신을 좀 더 나아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나는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다. 모든 것에 능숙하지 못한 내 모습도, 언제나 쩔쩔매는 말솜씨도, 나의 정신질환도 나에게 콤플렉스가 되었다. 최근에 좋아하는 작가님께 드로잉 수업을 받았다. 작가님은 수업 중에 지우개 사용을 지양했는데, 어떤 선이 마음에 안 들어 계속 지우다 보면 그림을 완성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떤 선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계속 그려가다 보면 결국 원하는 것을 그릴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건 그림의 완성이라는 걸 일깨워줬다. 하나의 선이, 때로는 여러 개의 선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것을 보완하면 된다는 것을, 어떨 때는 우연한 선이 멋진 그림을 완성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로잉 수업을 받으러 갔지만, 마치 삶의 태도에 관한 수업을 받은 것 같았다. 우연히 나를 만났지만, 나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걸어가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개의 완성을 겪은 미완성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찾고 싶다면 양으로 밀어붙이면 된다고도 했다. 나를 찾고 싶을 때도 이 조언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경험의 양이 쌓일수록 점차 나를 찾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불완전한 자신이, 그런 자신을 따뜻한 미소로 바라봐줄 미래의 내가 꽤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