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보다 오래 남는 것

바리깡

by마루

머리보다 오래 남는 것

원주 프레시델리 원주점 앞.


이 골목에는 미용실과 이발소가 몇 곳 있다. 그중 내가 늘 찾는 곳은 **'남자만들기'**다.


예전에는 이 주변에도 서너 곳의 이발소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사라졌다. 지금은 이곳이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은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 여자 원장님이 커트를 맡고, 남편은 마무리를 도와준다. 말은 많지 않지만 두 사람의 손놀림에는 오랜 세월 함께한 호흡이 묻어난다.


한쪽 진열장에는 오래된 바리깡들이 놓여 있다.


그 바리깡을 보는 순간 군대 시절이 떠올랐다.


방위병이 처음 바리깡을 잡고 내 머리를 깎던 날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에 머리카락은 자꾸 걸렸고, 뒤에서는 고참이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라며 호통을 쳤다.


그때 우리는 연습용이었다. 바리깡이 머리카락을 씹어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못 하고 참고 앉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팠던 기억보다 웃음이 먼저 난다.


세월이 흘러 다시 바리깡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원장님의 손끝은 부드럽고 익숙하다. 몇 번의 가위질과 바리깡 소리만으로 머리는 금세 단정해진다. 가격도 1만 원이다. 머리는 직접 감아야 하지만, 그 불편함보다 편안함이 더 큰 곳이다. 그래서 나는 또 이곳을 찾는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진열장에 놓인 아이들의 사진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편에는 아이들을 후원하는 안내가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도 누군가의 작은 도움을 받아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겠구나.


오늘 내가 낸 1만 원은 단순히 머리를 자른 비용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작은 가게에서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는 일에 아주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남자만들기'는 머리만 다듬는 이발소가 아니라, 사람의 내일도 함께 다듬어 가는 곳처럼 느껴졌다.


다음에도 나는 자연스럽게 이 의자에 앉을 것이다.


머리는 다시 자라지만, 사람의 따뜻한 마음은 오래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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