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방울
사진사는 새벽을 기다린다.
소니 매크로 렌즈를 들고 풀잎 끝에 맺힌 이슬 한 방울 앞에 선다.
사람들은 꽃을 본다.
사진사는 그 꽃보다 작은 물방울을 본다.
세상은 그저 물이라 말하지만, 렌즈 안에서는 그 작은 방울 하나가 세상을 모두 담고 있다.
그 순간이었다.
이슬 속에 한 사람이 비쳤다.
아베.
"이 물을 줄 수 없습니다."
반도체를 멈추게 하면 한국도 멈출 것이라 믿었던 시간.
물은 끊기면 끝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은 물을 기다리지 않았다.
하나하나 우리 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막았고, 누군가는 연구했다.
누군가는 위기를 만들었고, 누군가는 기술을 만들었다.
시간은 흘렀다.
어느 날, 다시 새벽이 왔다.
사진사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슬을 바라본다.
이슬은 그대로인데,
그 안에 비친 세상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렌즈 안에서
그 한 방울은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