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로 아침 일찍 영주시민운동장에 도착했다.

노인게이트볼

by마루

구름 사이로

아침 일찍 영주시민운동장에 도착했다.


전광판에는 제24회 대통령기 전국 노인게이트볼 대회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선수들이 천막 아래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었다. 행사장은 분주했지만 어딘가 차분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누군가는 경기 일정을 확인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다.


여름이었다.


운동장 위로 햇빛이 쏟아졌고, 커다란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입장식이 시작되자 지역 이름이 적힌 팻말들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제주에서, 전남에서, 충청에서, 경북에서. 전국의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운동장 한편에서는 전통 취타대가 행진했다.


현대식 경기장과 전통 복장이 한 장면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곧 경기가 시작되었다.


잔디 위에는 작은 게이트가 세워지고 공이 놓였다.


처음에는 단순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었다.


이 경기는 힘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공 하나를 치기 위해 오래 바라보고, 잠시 멈추고,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조용히 스틱을 움직인다.


공은 천천히 굴러간다.


젊은 사람들의 스포츠가 속도를 이야기한다면, 이곳의 스포츠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오후가 되자 하늘의 표정도 달라졌다.


맑았던 하늘에는 점점 구름이 모여들었다.


관중석을 비추던 햇빛은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잔디 위의 흰 공과 붉은 공도 햇빛 속에 있다가 구름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경기는 계속되었다.


그때 여수에서 왔다는 한 어르신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잠시 뒤 다시 말씀하셨다.


"제가 우승할 것 같은데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우승하시겠네요."


그러자 어르신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라는 듯 웃으며 되물으셨다.


"정말요?"


짧은 대화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여수팀을 응원하게 되었다.


결승전은 내일 열린다.


오늘은 끝이 아니라 내일을 향해 가는 시간이다.


운동장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공 하나를 바라보았다.


잔디 위에 멈춰 있는 작은 공.


가만히 보고 있으니 사람의 인생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보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일지 모른다.


아침에는 맑았던 하늘.


오후에는 구름이 많아진 하늘.


그리고 그 아래에서 계속 굴러가던 공.


오늘 영주의 운동장에서는 수많은 공들이 굴러가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도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잠시 후 구름 사이로 다시 햇빛이 내려왔다.


마치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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