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살구

단양 상방리에는 개살구나무가 있었다.

by마루

개살구

ChatGPT Image 2026년 6월 3일 오전 08_55_55.png

단양 상방리에는 개살구나무가 있었다.

아주 컸다.

마을 어귀를 지나 냇가 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서 있었는데, 여름이면 가지가 휘어질 만큼 열매가 달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 나무를 특별히 아끼지 않았다.

살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나무.

봄이면 살구꽃처럼 환하게 피었고, 여름이면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지만 막상 따서 먹으면 셨다.

눈이 찡그려질 만큼.

술을 담가도 군내가 났고, 너무 익으면 손에 쥐기도 전에 물컹하게 무너졌다.

결국 설탕을 넣고 오래 끓여 잼을 만드는 것이 가장 나았다.

그래서 개살구였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

나무 아래에는 동네 아이들이 몇 명 모여 있었다.

누군가 잘 익은 개살구 하나를 따서 반으로 갈랐다.

주황빛 과육이 손가락 사이로 눌릴 만큼 물렀다.

그 아이는 장난스럽게 옆에 있던 영희의 입에 살구를 툭 밀어 넣었다.

갑작스러웠는지 영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새콤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짧은 순간이었다.

햇빛 아래서 살짝 모인 미간.

금방이라도 울 것 같다가 웃을 것 같은 얼굴.

이상하게 그 표정은 아직도 기억난다.

살구 맛은 잊어버렸는데.

그때는 몰랐다.

사람도 개살구 같다는 것을.

누군가는 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맛이 없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쓸모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안에서 잼이 되는 맛을 찾는다.

어떤 사람은 꽃을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나무 그늘을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여름날 햇빛 아래 잠깐 찌푸려지던 미간 하나를 기억한다.

잼만 아는 사람은 잼으로만 본다.

생으로 먹어본 사람,

술도 담가본 사람,

너무 익어 무너지는 모습까지 본 사람만이 그 열매의 전부를 안다.

단양 상방리의 그 나무는 지금도 거기 있을 것이다.

해마다 꽃을 피우고,

해마다 열매를 달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개살구나무로 남은 채.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여름날 햇빛 속에서 잠시 찌푸려졌던 한 사람의 미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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