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총경계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by이은호


북한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최전방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초병들이 실탄 장전을 하지 않은 채 빈총경계근무를 섰다고 한다. 그것도 내가 군복무를 했던 부대에서도 그랬다고 하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부대는 한국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냈고, 인천상륙작전 시 용감하게 진군하여 맨 먼저 평양에 입성한 육군 최정예부대이다. 그런 부대마저 그 지경에 이르렀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관련 뉴스를 보면 앵커나 패널들이 유사시 즉각 대응 문제만을 거론하며 비판하는데, 정작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바로 반복 훈련과 연습의 중요성이다. 평소에 삽탄 한번 해보지 않은 병사들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일사불란하게 삽탄하고 안전장치 풀고 대응사격이 가능할까? 허둥지둥 헤매다 방아쇠 한번 당겨보지 못한 채 적탄을 맞고 피 흘리지 않을까?


빈총경계 명령을 내린 지휘관은 안전사고예방 차원이라고 하였다. 무바카라임을 넘어 무능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총기안전사고는 실탄 장전 유무가 아니고 군기가 해이해졌을 때, 훈련과 연습이 부족할 때 그리고 매뉴얼대로 시행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 따라서 빈총근무는 지휘관이 강군 육성을 포기하고 오합지졸 당나라 군대로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르고 던지고 당겨라.


제대한 지 사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구호다. 700개의 쇠구슬이 발사되는 크레모아 격발기를 누르고,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 방아쇠를 당기라는 뜻이다. 지금은 최전방 초병의 근무수칙이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선보고 후조치'로 바뀌었다고 하던데, 그때는 당연히 '선조치 후보고'였다. 가끔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먹이활동을 하던 노루나 멧돼지가 희생되기도 하였지만, 그럼에도 경계근무에 충실했다는 근거로 포상휴가를 갔다.


相守數年 以爭 一日之勝 상수수년 이쟁일일지승

적과 몇 년을 대치해도 승패는 단 하루에 결정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설마 오늘 밤에 무슨 일이 있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이 나와 나라를 망친다. 북한은 방사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엄청난 공격용 무기를 갖추고 있다. 거기에 가공할 핵무기까지. 종류에 따라 1~6분이면 수천 발의 포탄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떨어진다. 서울 불바다론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게다가 북한군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어 실전경험을 쌓고 있다. 그에 반하여 우리 군은 삽탄 연습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런 군이 미사일이 날아 올 때 요격을 제대로 할까?


모든 공격용 무기가 남쪽을 향하고 있음에도 북한은 주적이 아니라는 장관이 있고, 군무이탈 의혹이 있는 자가 국방을 맡고 있고, 육사 출신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니 육사를 없애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정부이다. 그런 논리라면 서울대 출신이 내란을 일으켰으니 서울대도 폐교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명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이 있다. 강군을 만드느냐, 오합지졸을 만드느냐는 오로지 지휘관 역량에 달려있다. 제발 정신 바짝 차려서 국민들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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